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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멋진 노인이 되어가기

by 장용범

어버이 날이지만 내려가지는 못하고 전화로 인사를 드렸다. 대신 가까이 있는 동생네가 부모님 댁을 방문하여 식사를 함께 했나 보다. 두 분이 아직 건강하시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성품들도 아니시기에 지금껏 부모님 때문에 부담스러웠던 일은 없었다. 자식 된 입장에서 두 분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품 안의 자식이라는 말도 있듯이 키우던 자식들이 독립하여 부모 곁을 하나 둘 떠나가면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함께 지내던 막내까지 독립하였을 때 어머님도 그런 느낌을 받으셨나 보다. 당시 살던 집은 우리 형제들이 어린 시절을 고스란히 보냈던 터라 집안 곳곳에 성장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한 번은 어머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집안을 정리하다 보면 자식들이 사용하던 물건이 나올 때가 있는데 그땐 시끌벅적했던 그 시절이 그리워지고 빈 방을 보면 괜히 마음이 울적해지더라는 말씀이었다. 아마도 빈 둥지 증후군이 그런 느낌이었을 것이다.


자식들이 독립한 후 두 분이 생활하신 모습을 보면 거의 노후생활의 모법답안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기간이 어림잡아 30년이 넘었다. 두 분은 50대 중반부터 70대 초반까지는 각종 모임도 잦으셨고 여행이나 지역 봉사활동, 교육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활동적인 시간들을 보내셨다. 그러다 70대 후반을 넘길 즈음 지인들 중에는 돌아가시거나 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분들도 생기다 보니 모임도 하나 둘 없어지게 되고 만남의 활동들은 급격히 줄어드셨다. 그래도 절에 다니시거나 뭔가를 배우는 일은 계속하셨다. 그런데 이 시기에 아버님은 뇌경색을 겪으셨고 다행히 회복은 바로 되셨지만 당신의 건강에 대한 자신감이 급격히 사라지는 계기가 되신 것 같다. 게다가 재작년 동생분이 먼저 돌아가시자 아버님은 바깥 활동보다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셨지만 어머님은 여전히 집안 살림과 배우는 일, 절의 행사 등으로 활동적인 편이시다.


나는 두 분을 통해 노후 생활을 어떻게 보내면 될지 좋은 사례를 보고 있다. 그 핵심은 단연 “독립”이었다. 노인의 삶도 독립적일 때 당당하고 멋있어 보인다. 이런 기본 태도를 정립하고 여러 활동들을 펼칠 생각을 해본다. 내 부모님이 주로 하셨던 활동들은 ‘규칙적인 시간 활용, 건강유지를 위한 운동이나 정기적인 검진, 봉사활동, 각종 배움 활동, 노부부가 생활할 정도의 재정 유지, 지인들과의 교류, 종교활동 등’으로 요약된다. 어쩐지 두 분의 노후생활이 군더더기 없이 참 담백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사전연명치료의향서를 제출하여 의미 없는 생명연장은 않겠다고 하셨으니 죽음에 대한 당신들의 생각도 정립되신 것 같다. 나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70, 80 노인이 되어 갈 텐데 두 분을 통해 참 많이 느낀다. 며느리 생일이라고 아들 결혼기념일이라고 한 번씩 용돈을 쏘아주시는 부모님을 뵈면 나도 저런 멋진 노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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