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계열사 은행에 근무하는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적금이 만기가 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반가운 안부를 전했다. 작년 이맘때 ‘풍차 돌리기 적금’을 가입했었다. 1년 만기액을 100만원으로 설정하고 5월달에 가입한 적금이었다. 그리고 6월달에도 역시 1년 만기로 100만원, 7월달에도 1년 만기 금액 100만원을 받도록 하는 적금을 5개 정도 불입했었다. 은행에 직접 가지 않고 휴대폰으로 가입하고 권유자를 지인으로 등록했더니 만기가 되어 연락이 온 것이다. 이제부터 5개월 정도 매월 적금 만기를 맞이하게 될 터이다.
풍차돌리기 적금은 매월 1년 만기 새로운 적금을 가입하고 이를 열 두달 반복하여 이듬해 부터는 매월 만기액을 수령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 만기액은 1년 만기 정기예금으로 예치하고는 다시 1년만기 정기적금 가입하기를 반복하는데 월급쟁이의 종잣돈 만들기에 좋은 방식이다. 1년만 잘 견디면 그 다음해 부터는 매월 만기금액이 돌아오고 2년째 부터는 매월 적금만기와 정기예금 만기가 동시에 돌아오게 된다. 그러면 다시 적금 넣고, 정기에금 예치하기를 반복하여 체증식으로 원하는 목표금액을 만들어 간다.억,억 하는 부동산 광풍 시대에 100만원은 아주 우습게도 보일 수 있는 돈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100만원이 좀 달리 보인다. 내가 상여금으로 100만원을 받았다면 이런 느낌은 아니었을 것이다. 매월 쇠경을 받는 머슴으로 치면 상여금 100만원은 주인님이 주신 것이고 적금 100만원은 나 스스로 만든 돈이기 때문이다. 이 차이가 크다. 주인한테 받는 돈은 머슴이 받는 돈이고 스스로 만든 돈은 내가 주인이 되어 만든 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돈 100만원은 그냥 나갈 공산이 크지만 1년간 모은 100만원은 뭔가 의미있게 쓰일 가능성이 높다.
돈은 이중성을 가진다. 내가 돈을 지배하지 않으면 돈이 나를 지배한다. 세상에는 돈에 쫓겨다니는 사람이 있고 돈이 따르는 사람이 있는데 늘 빚에 허덕이는 사람들은 돈에 쫓겨 다니는 사람이다. 빚도 좋은 빚이 있고 나쁜 빚이 있다. 매일 청구되는 카드대금, 자동차 할부금 등은 그리 좋은 빚은 아니다. 신용카드는 개인에게 그리 좋은 제도가 아니다. 무언가를 사고 싶은데 지금은 돈이 없으니 미리 빚을 내어 쓰고 다음달 월급 나올 때 갚겠다는 것이 신용카드이다. 70년대로 말하자면 쌀집에 가서 다음달 월급날 갚을테니 외상으로 쌀 한 되만 달라는 것과 같은 것이다. 다만 70년대 쌀집 앞에서는 주인에게 비굴하게 굴어야 하지만 오늘날 신용카드는 빚을 내면서도 당당하다. 그 차이일 뿐이다. 그래서 신용카드의 본질을 이해하면 이 카드의 이름은 원래 ‘빚내기 카드’인 셈이다. 반면 좋은 빚은 투자성 자산에 레버리지 효과를 내는 종류의 빚이다. 그것도 자신의 능력 안에서 내어야지 무리한 빚을 내면 허리가 휘어진다.
급여생활자라면 작은 돈이지만 스스로 돈을 만들어 보는 경험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야 어느 세월에 돈을 모으겠나 하겠지만 일단 돈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다. 대출도 능력이라는 말들을 하지만 그것은 기업의 경우이고 개인에게 대출은 언젠가는 갚아야 하고 내가 못 갚으면 내 자녀들이 갚아야 할 빚일 뿐이다. 빚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돈에 쫓겨다니지 않으려면 버는 범위안에서 쓰고 작은 돈이라도 모으는 습관과 소비성의 나쁜 빚은 내지 않는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