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는 크게 두 가지 형태가 있는 것 같다. 유지하는 것이 목적인 것과 추진하는 것이 목적인 경우이다. 유지하는 것의 대표적인 경우가 기업내 인사,총무 등 주로 관리 부서에 속한 반면 추진하는 일에는 영업관련 부서가 있다. 일의 성격이 유지가 목적인 경우에는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반면 추진의 경우에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종사하는 사람들의 성향도 일의 성격에 맞춰 가는 것 같다. 직장생활 대부분을 추진이 목적인 영업파트에 있다 보니 현 업무인 소비자 보호, 민원관리 등이 처음엔 참 생소했다. 그동안 종사했던 영업업무에 대한 회의감도 없지 않아 작년 말 정기인사 때 다시 영업으로 가겠다는 마음이 안 생겼다. 이제 이 업무도 벌써 10개월을 넘기고 있지만 아무래도 역동성이 좀 덜하다 보니 조용한 가운데 하루하루 지내고 있다.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그동안 추진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엑셀레이터 같은 일만하다 이제는 브레이크 같은 일로 전환한 셈이다. 업무의 성격도 그러하다. 뭔가를 하라는 것보다는 하지 말라는 것이 더 많다. 한편으로는 영업부문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참 고생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제 예전처럼 앞으로 치고 나가는 일은 좀 자제하려 한다. 현 업무의 성격에도 맞지 않고 개인적으로도 직장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는 유지정리하는 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 지금은 나의 역할을 후배들을 지지하고 후원하는 것으로 바꿔야 할 시기이다.
성격이 상이한 두 업무를 경험해 보니 느끼는 바가 있다. 추진 부문에 종사했던 사람은 유지관리 부문에서 근무하는 게 무리가 없지만 유지관리 쪽에 오랜기간 근무한 이는 영업추진 부문에서 근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사업을 하는 기업은 추진과 유지업무 비중이 5:5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두 부문에서 소득이나 승진 등 직장인이 누릴 수 있는 보상을 5:5로 배분한다면 영업같은 추진 부서에 근무할 이유가 없다. 돈을 벌어 오는 업무와 돈을 쓰는 업무를 동일하게 취급하는데 누가 어려운 일을 하겠는가. 회사가 영업추진과 유지관리를 바라보는 비중은 7:3 정도는 되어야 성장의 가능성이 보인다. 유지관리의 참모부서를 해체하는 극단적인 수평조직의 미래를 상상해 보았다. 각 부문별 임원을 제외하고 그 아래 모든 직급 체계를 없애 버린다. 업무는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해 개인이 시작하고 개인이 종결지어야 하는데 상대방의 성공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내가 인사상 가점을 받는 인사 구조로 만든다. 지정된 책상도 없고 모든 좌석은 동일한 구조와 배치를 두고는 아무데나 앉아도 되게끔 한다. 먼 이야기로 여겨지지만 이제 국내서도 이런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지금의 시대는 수직적 조직과 참모체계로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에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