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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새로운 직업의 탐색과정

by 장용범

‘인생을 다시 과거로 돌아가 고칠 수 있다면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나의 대답은 항상 ‘없다. 지금이 딱 좋다’이다. 정말이지 별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누군가는 20대의 푸른 청춘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 불확실한 시기의 번민이 먼저 떠오를 뿐이다. 직장 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하고 싶은가라고 묻더라도 역시 ‘없다’이다. 조직이라는 틀 안에서 별반 달라질 것 같지 않고 그나마 내가 원했던 선택들을 해왔던 편이고 그 결과에 별 후회는 없는 편이다. 그런데 스테판 M 폴란의 ‘2막’이라는 책의 서문을 읽다가 유독 한 구절에 눈이 머문다.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다면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져보자. 이대로 살 것인가? 다시 시작할 것인가? 그리고 내가 살고 싶은 진짜 인생은 무엇인가?’


특히 ‘내가 살고 싶은 진짜 인생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목에 탁 걸린다. 지금껏 오랫동안 해왔고 주위에서 잘한다고 인정도 받았던 일이 진짜 내가 살고 싶었던 인생의 일이었을까? 나는 나를 좀 안다. 간섭받기 싫어하고 혼자 지낼 때가 마음이 편하다. 계획 세우기를 즐기고 여기저기 자원들을 끌어 모아 어떤 성취를 이루었을 때 짜릿함을 느낀다. 돌아다니기를 좋아하고 읽고 끄적이기를 즐긴다. 이런 내 성향에 비추어 볼 때 지난 직장 생활의 일들은 어느 정도 나와 맞았던 것 같다. 회사의 든든한 자원을 이용하여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펼쳤고 성과도 괜찮았기에 별 간섭받지 않고 온전한 내 시간을 누리기도 했다. 그런데 앞으로는 어떨 것인가? 이제 회사의 프리미엄은 내려놓아야 하는데 말이다. 김형석 교수는 이를 두고 ‘직장을 벗어나 사회 속의 개인으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도 내가 살고 싶은 진짜 인생을 살았다고 여기지만 그것은 직장이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가능했던 일들이었다. 이제 그와 같은 일을 직장을 벗어나 사회 속의 개인이 되어서도 할 수 있을 것인가?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예전에 대기업에 근무하다 개인사업을 하시는 분의 이야기를 들었다. 직장에 근무할 때는 기획안 하나 작성해 유관 부서 합의를 받으면 새로운 일을 진행할 수 있는 돈과 사람, 자원을 분배받을 수 있었는데 직장을 나와 무언가를 하려 하니 A4 용지 하나도 아쉽더라는 말이었다.


직업을 탐색할 때는 무엇이 되겠다 보다는 어떤 종류의 일을 하고 싶다는 것으로 찾아보라고 했다. 이를테면 ‘교수’가 되겠다는 것보다는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식으로 찾아보라는 말이다. 그런 면에서 나를 보아하니 나는 조용하고 별일 없이 지내기보다는 뭔가 새로운 변화를 만들고 즐기는 편이다. 돌아다니기를 좋아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누린다. 읽고 쓰는 것에 끌리고 이것저것 조합해서 새로운 일을 추진하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 지금까지는 직장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이런 일들을 해왔다. 큰 리스크가 없었던 셈이다. 그런데 직장을 벗어났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 범위 안에서 성향을 살펴보고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탐색해 보는 것이 은퇴 후 직업의 탐색 방법이겠다. ‘교수’가 적성인 사람이 은퇴를 하면 ‘가르치는 일’에서 새로운 일을 찾아보는 편이 낫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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