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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내 팔자가 상팔자

by 장용범

석창포 정원, ‘유년의 뜰’

EBS 한국기행에도 소개된 평택에 있는 아름다운 정원이다. 그 정원의 안 주인을 만났다. 스승의 날을 맞아 작년 등단에 도움을 주셨던 지역 문인 회장님과 식사하는 자리에 다른 시인이 한 분 나오셨는데 그 정원을 실제로 만드신 분이었다. 조경가이신 남편분과 함께 가꾸었다는 2,000평 규모의 정원은 사진으로 보아도 여간 아름다운 게 아니었다. 개인의 정원으로 외부에 공개는 않는다는데 가끔 지인들을 초대하는 정도라고 하셨다. 초면이지만 정원을 꼭 한 번 보고 싶다는 말에 수줍게 6월 토마토 따는 즈음에 놀러 오라는 말씀을 하신다. 세상의 많은 일들을 겪었을 만도 한 60대의 나이임에도 시인은 무척 수줍음을 타셨다. 그런데 저녁 식사를 함께 하는 자리라 다시 평택까지 어찌 가시려냐는 염려에 댁은 근처라고 하셨다. 이상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2,000평 규모의 아름다운 정원을 조성해 놓고 생활은 서울에서 하고 있다니. 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어휴, 거기선 못살아요. 모기 때문에. 가끔 뱀도 나오는 걸요.” 뱀과 모기중 비교하자면 모기가 더 무섭다는 말에 웃음이 나온다. 주중에는 서울에서 생활하다가 주말에만 내려갔다 오신다고 하니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선정되었다는 그곳도 정작 주인에게는 일주일에 두 번 보는 익숙하지만 낯선 곳인 셈이다. 남편분과 함께 정원을 그렇게 가꾸기까지 몸이 성할 날이 없으셨다 한다. 두 분이 그 넓은 정원을 가꾸려니 오죽했을까 싶다. 그리보면 정원이 아름다운 것은 좋은데 유지하기 위해 계속 가꾸어야 할 테니 웬만한 취미가 아니라면 그건 정말 고역이겠다는 생각도 든다.


세상에는 바라보는 것과 실재가 다른 경우가 참 많다. 얼마 전 젊은 여직원이 카페를 하나 차리고 싶다는 말을 하기에 그건 좋아 보이는 거지 좋은 게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 카페라 하면 얼마나 여유로워 보이는가. 멋진 인테리어에 로스팅된 커피 향 가득한 실내에서 음악을 틀어두고 주인은 여유롭게 책을 읽는다. 자신의 우아한 취향을 누리며 돈도 버는 더없이 좋아 보이는 자영업이다. 그런데 왜 그리도 많은 카페들이 문을 닫을까? 한 마디로 손익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스타벅스에서 테이크아웃을 하는 고객은 돈을 다국적 기업에 기부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커피값에서 원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정말 미미하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비용은 임차료와 인건비라고 한다. 게다가 자리 회전율이 높아야 하는데 공부한답시고 온종일 앉아 있는 손님들은 정말 돈 안 되는 손님들이다.


얼마 전 딸아이가 홍대 앞에서 영부인을 봤던 얘기를 했다. “아빠, 그런데 그 밝았던 영부인 얼굴이 너무 험하게 굳어 있어서 처음엔 딴 사람인 줄 알았다니까.” 그래, 좋아 보이지만 그 자리도 그리 좋은 자리는 아닌가 보다. 그냥 내 팔자가 상팔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