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87. 아이언 돔을 보며

by 장용범

처음엔 밤하늘을 수놓은 불꽃놀인 줄 알았다. 하지만 공습경보에 급히 피하는 사람들을 보니 그곳이 전시 상황임을 알게 된다.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이라는 미사일 방어체계에 대한 이야기다. 싸움의 시작이야 어찌 되었건 팔레스타인의 로켓포 공격을 하늘에서 다 막아내는 것을 보며 새삼 인간의 기술력에 감탄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 아이언 돔 한 발의 가격이 5,000만 원이라고 하니 더 놀랍다. 어떤 형태든 공격하는 비용보다는 방어에 드는 비용이 더 큰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언 돔이 개발된 이래 지난 1월까지 2,400발 정도의 요격을 했고 이번 요격까지 포함하면 거의 3,000발이 넘는 요격을 한 것 같다. 대당 5,000만 원의 가격으로 3,000발을 계산하면 거의 1,500억 규모의 비용을 하늘에다 폭죽처럼 날린 셈이다.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을 보며 우리도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북한의 장사정포에 서울이 노출되어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일리가 있는 이야기지만 왜 꼭 그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 금액의 일부인 1,000억 원 상당의 식량과 물자를 북한에 지원하고 서로의 신뢰를 회복하면 단순 비용면에서도 훨씬 이익인데 말이다. 우리는 왜 북한에 지원하는 쌀이나 물품에 대해서는 퍼주기식이라 비난하고 미사일 방어체계나 전투기 등에 지출하는 수조 원대의 국방예산에는 당연하다는 듯 침묵하는가. 답은 상대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서로를 믿지 못하니 배는 곯아도 원자폭탄을 만들어야 하고 폭죽 같은 한 발에 5,000만 원이나 하는 아이언 돔을 도입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더 빠르고 안전한 평화의 길이 있는데도 서로를 믿지 못하니 무기도입에만 잔뜩 돈을 쓰는 게 아니겠는가. 평화도 힘이 있어야 지킬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도 이해는 된다. 그래도 평화협상과 병행은 해야 한다. 지금은 너무 일방적으로 군사력만 키워가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바라지 않는 사람들은 그로 인해 손해 보는 사람들일 것이다. 무기를 팔아야 하는데 평화로운 세상이면 사업의 기회가 날아가는 셈이니 어찌 훼방 놓고 싶지 않겠는가. 그들은 그렇다 쳐도 우리는 그래선 안 된다. 북한에 일방적으로 숙이고 오라는 것이나 힘으로 눌러야지 하는 것이나 상대에 대한 배려가 아니다. 아무리 남루한 옷을 입었더라도 인간으로 대할 때 마음을 열듯이 남과 북은 가진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다시 신뢰회복의 프로그램을 돌려야 한다. 그게 싸게 먹히는 남과 북의 비용 계산법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