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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그건 그들의 문제다

by 장용범

한 지점장이 지점 내 보험설계사와 고객 간의 문제를 중재하다 난처한 처지에 놓인 것 같다. 젊은 지점장인데 부임한 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해당 설계사가 지점의 실적에 크게 기여하는 상황이라 어떡하든 해결을 하려다 보니 벌어진 상황이었다. 가만히 듣다 보니 결국 두 사람 간 돈으로 해결될 것 같은데 그 금액의 차이가 문제였다. 여기에 지점장은 의욕이 넘치다 보니 두 사람의 합의 금액에 대한 중재까지 하려 했었나 보다. 나와 면담하는 과정에서도 그 문제로 많이 힘들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경험에서 나온 한 마디를 해 주었다. “내 버려둬라. 그건 그들의 문제다. 더 이상 지점장이 개입하지 마라.”


지점장이 소속 지점원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지나친 개입이 된 것 같아 건넨 말이었다. 젊고 의욕적인 리더들에게 흔히 볼 수 있는데 구성원들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지나치게 나서다 가끔 선을 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냉정히 살펴보면 지점장의 역할은 지점을 경영하는 것이지 구성원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다. 구성원들의 문제를 해결하면 지점 경영이 잘 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겠지만 그것은 좀 다른 일이다. 리더의 리더십은 조직과 구성원을 동시에 보며 가야 하는데 주의할 점은 조직을 이끄는 것과 구성원을 이끄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양 떼와 양으로 비유하자면 리더는 양 떼를 이끄는 사람이지 한 마리 한 마리의 양을 이끄는 사람이 아니라는 의미기도 하다. 양 한 마리는 양 떼 속에 있을 때 의미가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리더들은 이중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약한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과 뭔가 있어 보이는 조직의 장으로서의 모습을 말한다.


또 하나,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은 누구의 문제인가를 명확히 해야 한다. 그 지점장의 실수는 설계사와 고객 간에 발생한 문제를 자기의 문제로 끌고 와 해결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해결도 되지 않을뿐더러 자칫 지점장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두 사람의 분쟁을 회사가 중재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나의 문제도 골치 아픈데 남의 문제까지 들고 와 고민하고 있다는 건 어리석은 처사이다. 세상을 살아가면 서 여러 문제들에 직면하지만 누구의 문제인지만 잘 구분해도 훨씬 가벼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자녀가 공부를 안 한다. 누구의 문제인가? 엄밀히 말하면 공부 안 하는 자녀의 문제이다. 어른들의 말처럼 나중에 누가 답답한가 생각해 보면 누구의 문제인지 금방 답이 나온다. 부모가 치매에 걸렸다. 누구의 문제인가? 보통 부모의 문제라고 하겠지만 이건 자식들의 문제이다. 정작 치매에 걸린 부모는 자신이 치매에 걸린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보통 이로 인해 답답한 일은 자식들에게 일어난다.


그 지점장은 어느 정도 알아 들었는지 수긍을 하는 것 같았다. 구성원들의 문제를 리더가 다 짊어지면 세상에 리더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인간은 아무도 없다. 우리들은 잘난 것도 못난 것도 없는 다 거기서 거기인 한 인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리더는 대단해 보일 뿐이지 그리 대단한 인간은 아니다. 그러니 리더에 대한 실망은 한 인간에 대해 너무 과도한 기대를 한 스스로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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