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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중년 이후엔 예술가로

by 장용범

돈을 번다는 것은 몇 가지 패턴이 있다. 가장 많은 경우 일을 해서 버는 경우이다. 노동소득이든 사업소득이든 직접 활동해서 재화를 손에 넣는 것이다. 다음은 자산소득이다. 가지고 있는 부동산이나 주식의 가치가 올라 돈을 벌게 된 경우이다. 이는 자산이 없으면 벌 수 없는 구조이기에 돈을 모으든 상속이나 증여를 받든 자산을 획득하는 것이 먼저이다. 마지막으로 연금소득이 있다. 공적연금이든 사적연금이든 일정 조건을 갖추었을 때 받게 되는 방식이다. 대개 젊은 나이에는 일을 해서 버는 소득이 많겠지만 나이 들수록 자산소득이나 연금소득에 눈을 돌리게 된다.


그런데 최근 이상한 소득에 주목하게 된다. 바로 지적재산권이다. 자신이 일을 한 결과 발생한 소득이니 노동소득이라 하겠지만 일정기간 계속 발생되는 소득으로 본다면 이는 연금 소득의 특성도 있다. 게다가 그 자체로 사고팔고 할 수도 있으니 일견 자산소득 같기도 하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본다. 코로나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는 지금 백신에 대한 지적재산권은 엄청난 돈을 벌 기회이기도 하다. 지적재산권의 보호냐 인류의 구원이냐를 두고 지금 논란의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예는 안전벨트이다. 비행기의 안전벨트는 2 점식인데 반해 자동차의 안전벨트는 3 점식이다. 이 방식의 지적재산권은 스웨덴의 볼보가 가지고 있는데 전 세계 모든 자동차 회사는 차를 한 대 만들 때마다 볼보사에 돈을 지불해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볼보는 인류의 안전을 위하여 이 지적재산권을 포기했다.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버린 것이다.


평범한 개인도 지적재산권을 만들 방법은 있다. 바로 콘텐츠 제작이다. 음악이나 미술도 있겠지만 콘텐츠의 기본은 단연 글이다. 최근에는 한류의 열풍으로 한국의 콘텐츠가 해외에 팔리는 경우가 늘어나는데 이 중 도서 부문에서는 동화나 학습만화가 꽤나 잘 나가는 것 같다. 콘텐츠를 만드는 데는 나이 제한이 없어 일반 직장처럼 정년이 있는 것도 아니다.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했던 수상 소감처럼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지도 모른다. 영화 ’미나리’도 감독 개인의 이야기였지 않은가.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쓰거나 음악이나 영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어쩌면 대단한 부의 원천을 소유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SNS, 인터넷, 유튜브, 팟캐스트, 인스타그램 등 콘텐츠를 담을 그릇은 세상에 널려 있다. 어머니가 요리를 잘하시면 요리책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내 할머니가 말씀을 맛깔나게 하시면 그 모습을 동영상에 담아 유튜브에 올려도 된다. 박막례 할머니는 손녀에 의해 그렇게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은퇴해서 할 일이 없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은 새로운 창조의 영역이고 뇌가 섹시해지는 일이기도 하다. 크게 돈이 드는 일도 아니다. 은퇴한 이들에게 콘텐츠를 만드는 일만큼 괜찮은 아이템도 없는 것 같다. 이러면 과거의 굳은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꼭 그런다. ‘그게 말이 쉽지 돈이 되겠어?’ 하지만 스스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영상을 찍으며 몰입하는 예술가로서의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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