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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그래서 네 생각은 뭔데?

by 장용범

한 직원이 일주일 정도 고민하던 사안을 들고 와 의견을 구한다. 이미 두 차례 정도 나의 의견을 전달했던 터라 더 이상 할 말도 없는 사안이었다. 어느 것으로 선택해도 장단점이 있는 사안이었고 나머지는 업무 담당자의 논리적인 주장을 세워 어느 하나를 선택해 추진만 하면 되는 사안이었다. 좌고우면 하는 시간을 한참 가지더니 의사결정의 마지막 날까지 끌고 온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수도 없는 상황에서 같은 사안을 또 들고 온 것이었다. 그래서 본인의 생각을 물었다. 그런데 이전처럼 두 가지 사안에 대해 장단점만 나열하기에 중간에 말을 끊고 재차 물었다. “아니, 그것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고 그래서 본인의 생각은 뭐예요?” 잠시 당황하는 기색을 보인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김 차장, 이 업무는 본인의 업무이고 누구보다도 담당자의 생각이 중요하니 제가 묻고 있는 거예요. 본인은 어느 쪽으로 결정했으면 좋겠나요?” 나의 말에 그제야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말한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다. “그럼, 그렇게 가면 되겠네”라고 하니 그 직원은 준법지원부의 의견은 이러하고 심시평가원의 평가는 저러하고 등 다시 여러 허들들을 쭉 나열하고 만다. 약간 짜증이 났다. 업무에 대한 자신의 주관이 결여된 것 같아서다. “추진하려는 일에 이런저런 이야기는 나올 수 있겠지만 중요한 건 업무 담당자가 가려고 하는 방향이겠죠.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아무리 생각해도 처음 자신의 생각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럼 그렇게 하세요”


그 직원을 돌려보내고 드는 생각이 있다. 어떤 직원은 능력에 비해 너무 주장이 강해 피곤하게 하는 경우가 있고, 어떤 직원은 충분한 실력을 갖추었다 생각하는데 자기 생각이 없어 피곤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직장은 정말 다양한 군상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각자 장단점은 있겠으나 적어도 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한 직원은 적어도 무엇을 하겠구나라는 예측이 가능하지만 존재감 없이 조용히 하루를 보내고 퇴근하는 직원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당최 가늠이 안 된다.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업무의 방향에 대해 공유가 되었으면 좋겠으나 조용히 입을 닫고 있으니 아무리 상사라 해도 그 속을 알 길이 없다.


예전에는 한 사람의 천재가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게 얽히고설킨 일들이 많고 특히나 직장은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이 상충하는 곳이다. 이때 본인의 생각이나 주장이 없으면 일을 제대로 진행하기가 무척 어렵다. 수동적으로 일을 하는데 익숙한 사람들은 이런 업무 환경을 힘겨워한다. 그런데 업무는 점점 자동화가 되어 가고 있고 인공지능도 성큼 도입되어 가는 이 시점에 주어진 일만 하는 사람들이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네 생각은 뭔데?” 지금은 누구나 여기에 답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시대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