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명문대에 입학했던 학생은 수험생활 중 그런 꿈을 꾸었다고 한다. ‘이 힘든 시기를 지나면 원하는 그 학교에 들어가 학교 마크가 선명한 과잠(학과 점퍼)을 입고 보란 듯이 돌아다녀야지’. 뚜렷한 목표를 두고 노력한 덕분에 정말 원하는 학교에 들어갔고 그 학생은 과잠을 입고 학교를 가게 되었다. 그런데 하루 이틀 지날수록 자신이 그리 특별할 게 없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주위에 모두 자기와 같은 과잠을 입고 돌아다니더란 거다. 여기를 봐도 같은 마크, 저기를 봐도 같은 마크 어느덧 자기는 무리 속의 평범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고 한다.
사는 곳 주위에 연세대학교가 있다. 해마다 3월이 되면 신입생들의 풋풋함으로 신촌 일대는 활기가 가득하다. 수년 동안 지켜보니 재미난 사실을 보게 되는데 3,4월쯤이면 많은 학생들이 학교 마크 선명한 과잠(학과 점퍼)을 입고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대학은 다양성도 중요한 특성인데 한결같이 유니폼 같은 과잠을 입고 돌아다니는 모습에서 명문대에 입학한 그들의 자부심도 엿보인다. 그런데 그것도 5,6월쯤 지나면 거의 사라지는데 오히려 과잠을 입은 자신의 모습이 좀 쑥스러워지는지도 모르겠다. 해마다 학교 주변에서 반복되는 그런 모습을 보는 것도 제법 흥미로운 풍경이다.
그 길이 어떤 길인지, 그 일이 어떤 일인지를 알려면 가 보는 수밖에 없다. 밖에서 볼 때는 뭔가 대단해 보였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와 보면 거기서도 하나의 평범한 일상이 있고 나는 그 무리들 중 그리 잘날 것도 못날 것도 없는 한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된다. 다만 그 무리에 들기까지가 어려운 일이었다. 그건 한 단계의 도약이고 그것을 이루려면 특정 행위의 반복이라는 지겨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리네 인생이 그런 것 같다. 뭔가 대단해 보이는 것을 열심으로 하여 마침내 이루었다손 치더라도 그 행복의 순간은 그리 길지가 않다. 이제 그 일은 원래부터 내 것인 양 당연하게 여겨지고 다시 새로운 것이 없나 두리번거리게 된다. 그래서 행복감은 일생에 한두 번 오는 크고 대단한 것에서 찾기보다 작고 소소한 것에서 자주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모처럼 장독대라는 독서모임에 참여했다. 코로나로 또는 다른 일정과 겹쳐 한동안 참석을 못했던 모임이었다. 회원 중 한 분이 운영하는 홍대 근처 학원에서 루프탑 모임으로 진행되는 이 모임은 독서를 주제로 하지만 작은 와인 파티이기도 하다.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의 화기애애한 대화에다 어제는 가수분의 통기타 노래까지 더하다 보니 그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었다. 요즘은 회사 밖의 이런 소소한 만남들이 더 재미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