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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이상적인 조직형태

by 장용범

물고기를 한 마리 잡았다. 그런데 그 물고기를 두고 사람들이 잔뜩 나를 둘러쌌다. 크다 작다. 길다 짧다. 왜 그 비용을 들이고 이 정도밖에 못 잡았나. 좀 오래된 건 아닌가. 누가 잡았나. 보관 상태가 양호하다 못하다. 나는 다만 물고기를 한 마리 잡았을 뿐이데 많은 사람들이 그를 두고 이런저런 평가를 한다. 정작 물고기를 잡은 사실보다 해명하느라 더 힘이 든다. 앞으로는 절대로 물고기를 잡지 말아야겠다.


조직이 그러하다. 누군가는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이익의 원천이 되는 역할을 분명했는데 그를 두고 평가하는 이가 많아지면 다시는 그 일을 하고 싶지가 않다. 조직의 각 부서는 저마다의 역할과 논리가 있어 반박은 못하겠지만 내가 만일 오너라면 누가 내 재산 증식에 도움이 되는 일을 했는지는 알 것 같다. 그게 문제다. 조직은 관리부서가 많으면 많을수록 핵심역량이 분산된다. 100미터 달리기를 빨리만 달리면 될 일을 왼 발의 각도와 오른 발의 각도를 신경 써야 하고 보폭을 챙겨야 한다. 호흡을 몇 초에 한 번씩 해야 하고 시선의 위치를 챙겨야 한다. 이게 관리부서들의 일이다. 각 부서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해야 하고 그 일을 최고 경영진에게 인정받으려 한다. 관리부서가 더 열심히 일을 하고 보상을 많이 받을수록 현장의 사람들은 힘이 빠진다. 그래서 조직이 비대해진다는 건 우려할 만한 사안이다. 특히 현장보다 후선 관리부서가 커진다는 것은 더더욱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본사 부서를 슬림화 한다는 게 참 어렵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지기는 해도 줄어들기는 어려운 게 본사 관리조직이다.


내가 만일 새로운 조직을 만든다면 이런 조직을 만들고 싶다. 사장의 월급이 고참 직원과 거의 같은 조직. 만일 사장하기 힘들다고 자리를 내어 놓으면 옆의 직원이 바로 그 일을 맡아 수행할 수 하는 조직을 만들면 어떨까. 하지만 사업이 망하면 정해진 금액 내에서만 손실을 보고 흥하면 사장과 직원이 함께 이익을 나누는 회사형태는 너무 이상적일까. 누구도 굳이 사장의 지위를 원치는 않지만 사정이 생기면 누구라도 사장을 할 수도 있는 그런 조직은 어떤 조직일까.


이런 조직은 첫째, 모든 직원이 그 회사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일하는 회사가 곧 나의 회사이기도 해야 한다. 둘째, 이 회사는 직원이 고객이기도 하다. 회사가 만든 상품을 내가 소비도 하는 것이다. 셋째, 이 회사는 나의 책임이 유한해야 한다. 회사가 망해도 내가 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나는 회사를 통해 먹고살지만 회사도 나로 인해 영속할 수 있다면 어떠할까. 그런 회사는 오래오래 갈 것이다.


그런데 그런 형태의 회사가 있긴 하다. 바로 협동조합의 형태이다. 모든 조합원은 조합 운영의 주체이기도 하고 사업 이용의 의무도 진다. 주식회사와는 달리 출자 금액과는 무관하게 의결권은 인당 한 표씩만 행사한다. 그리고 투자 리스크는 출자한 금액 이내에서만 진다. 그런 면에서 결과 못지않게 과정을 챙기는 조직형태이다. 협동조합의 조직 형태를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