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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by 장용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은 나이에 따른 서열화가 암묵적으로 인정되는 사회이다. 다른 나라도 크게 다르지는 않겠지만 언어에 존칭어가 많다는 것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는 반증이다. 그런 사회 그것도 보수성이 강한 정치권에서 30대 당대표가 선출되었다. 코로나로 많은 변화가 있지만 정치권에서도 이런 이변이 일어날 줄은 정말 몰랐다. 만일 종래와 같은 상황이라면 전국의 버스를 동원해 당원들을 체육관으로 실어 나르고 돈 봉투가 난무하는 전당대회가 열렸을 것인데 후보의 조직력, 재력이 없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꿈도 못 꾸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 시대이다. 후보들의 썰전과 토론, 이슈에 대한 주장이 고스란히 방송을 타고 개인의 휴대폰으로 들어왔다. 역대 정치권의 전당대회가 이처럼 흥미진진했던 적은 없었다. 30대 후보의 논리 정연한 날 선 공격에 다선의 후보들이 쩔쩔매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재미난 장면이었다.


‘선생님’이란 말을 쓴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먼저 태어났다는 의미이다. 예전 역사학자 이병한 교수의 강의를 듣는데 ‘후생님’이라는 단어를 쓰기에 신선했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태어난 사람이라는 뜻이지만 그 말이 왜 그리 이상하게 들렸을까? 나이 어린 사람에게 그런 존칭을 붙여 본 적이 없어서다.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로 당연히 존중을 받아야 하고 어리다는 이유로 하대해도 된다는 건 지극히 꼰대스러운 발상이다. 머리로 그 정도는 안다. 그런데 마음은 달랐나 보다. 말은 생각의 그릇이고 특히 호칭은 상대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다. ‘선생님’이 있으면 ‘후생님’도 당연히 있어야 했다. 그런데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선생과 마찬가지로 후생에게도 ‘님’이라는 존칭을 붙여 존중의 뜻을 보이는 사회는 세대갈등이 대폭 줄어든 아주 멋진 사회일 것이다.


나이 들었다는 게 벼슬은 아니다. 내가 나이 들었다는 이유로 어린 사람으로부터 당연히 존중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어른이란 생물학적 나이가 아니라 그의 언행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금번 보수의 온상이라는 제1야당에서 30대 당대표가 선출되는 것을 보며 다시 한번 우리 사회의 역동적인 단면을 보게 된다. 국민은 일류, 정치는 삼류라는 말도 있었지만 이번을 계기로 정치권에 불어 올 변화의 조짐도 보게 된다. 아울러 선생님 못지않게 후생님에 대한 존중의 마음도 내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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