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13. 한 학기를 마치면서

by 장용범

마침내 대학원의 한 학기가 끝났다. 그동안 나를 성가시게 했던 마지막 과제를 제출하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한 것 같다. 과제하느라 주말도 없이 머리 싸매고 있는 나를 지켜보던 아내는 사서 고생한다고 타박을 준다. 틀린 말도 아닌 것이 이미 취득한 경영학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석사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고 싶어 하는 일은 놀이라 할 수 있다.


매일 글쓰기는 오늘이 714일째를 맞았으니 참 질기게 이어오는 아침의 행사이다. 그런데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글쓰기 훈련은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는 게 전부라고 한다. 문제는 읽고 생각하는 건 어찌 되겠는데 많이 쓰는 일은 참 어려운 작업이다. 그런 면에서 지금까지 무언가를 계속 쓰게 했던 방법에 대해 정리해 두면 향후 다른 일을 할 때도 참고가 될 것 같아 몇 자 적어본다.


첫째, 처음에는 우호적인 독자가 필요하다.

혼자 글을 쓰고 간직하는 게 아니라면 나의 글을 읽어 줄 독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게 참 쑥스럽고 낯간지러운 일이다. 그렇다고 가족들은 너무 가깝다 보니 긴장감이 떨어진다. 다행히 내 주변에는 나의 글에 긍정적 반응을 보여주신 분들이 계셨고 그분들을 독자로 삼아 매일 글쓰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처음부터 너무 전문적인 비평을 접하면 기가 꺾여 계속하기 어려우니 우호적인 지인들을 독자로 삼는 것이 글쓰기 훈련에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매일 보는 직장 동료는 독자로는 좋지 않은데 이런저런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다.


둘째, 매일 써 본다.

우호적인 독자들 때문에 계속 쓰게 된다. 700일 정도 매일 글을 받다 보면 이제 스팸처럼 느껴지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러운 마음도 생긴다. 그런데 이런 마음이 들면 위축되어 더 이상 쓰지 못할 것 같아 좀 뻔뻔해지기로 했다. 구독 중단이라는 요청이 있으면 당연히 그러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계속 보내드리기로 한다. 보내는 건 나의 마음 읽는 것은 독자 마음이라고 정리를 해 두었다. 혹시 나중에 내가 대중에게 인정받는 작가라도 된다면 그동안 내 글을 받아주신 분들을 초청해 감사의 자리라도 만들고 싶다.


셋째, 중간지점의 목표 설정을 해 둔다.

100회씩 끊어 작은 행사 하기, 공모전 참여하기, 대학원 진학하기, 브런치 작가 되기, 문단에 등단하기, 책 쓰기 등이 지난 700여 일 동안 중간 목표로 설정해서 진행했고 또 하고 있는 내용들이다. 글쓰기란 너무도 길고 끝없는 작업 같아 눈에 보이는 중간 성과가 좋은 자극이 되었다.


대학원 3학기를 마친 지금 또 한 고개를 넘었다는 느낌이다. 글쓰기를 통해 좋은 분들과 교류의 범위도 넓어졌고 몇 가지 미래 구상도 갖게 되었다. 직장과 집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제3의 영역이 생긴 것이다. 그 자체로도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