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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꽤나 재미나게 산다

by 장용범

사람이 행복하다고 반드시 재미까지 있는 건 아니지만, 재미있게 사는 사람은 여하튼 행복합니다. 우리는 재미있게 살아야 합니다. (김선진 교수)


행복하게 살면 잘 사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행복이란 주관적 감정이다 보니 법정 스님처럼 무소유 하더라도 행복할 수 있는 반면 기어이 명품백을 지녀야 행복한 사람도 있다. 요즘 들어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명상이나 종교적 수행을 통한 행복감도 좋겠지만 어쩐지 좀 밋밋한 느낌이 있다. 잔잔한 호수 같은 행복감에 더해 좀 동적인 행복감도 있지 않을까. 그것에다 재미라는 이름을 붙여보자. 인생을 좀 재미나게 살려면 그것도 어떤 방법이 있을까? 흥미롭게도 인간의 재미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들이 있었다. 경성대학교 김선진 교수의 세바시 강의를 나름대로 정리해 본다.


한 마디로 재미의 핵심은 ‘끌리면 경험해 보고, 좋으면 계속해 보라’이다. 사람들은 재미있게 살라고 하면 그럴 수 없는 이유로 돈이 없고 시간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재미는 공짜이다. 우리가 재미를 느낄 수 없는 것은 어릴 적 동심을 잃어버렸기 때문이지 여유가 없어서는 아니다. 그때는 그런 것 없이도 재미를 느꼈지 않은가. 사람들은 주로 어떤 때 재미를 느끼는가?

첫째, FUN, 마음이 자유로울 때이다.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필요한데 재미의 본질은 자발성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스쿠버 다이빙도 군대에서 하면 훈련이지만 사회에서 내 돈 들여하면 레저 스포츠가 된다. 둘의 차이는 선택의 자유가 있고 없음이다.

둘째, Unfamiliar, 익숙하지 않은 것을 접할 때이다.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에서 재미를 느끼기란 쉽지 않다.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고 보니 요즘 정치가 재미나다. 36세의 이준석이라는 사람이 보수야당의 대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의 말, 행동, 그 앞에서 난감해하는 아버지뻘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는 게 재미있다. 일단 익숙하지 않으면 재미가 있다.

셋째, Network, 사람들과 함께 할 때이다.

혼자 보다는 사람들과 함께 할 때 재미가 더 하다. 우리는 이게 잘 안 된다. 상대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저신뢰 사회, 끼리끼리 모이는 집단주의 문화, 상대와 비교하는 마음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기를 꺼린다. 이를 극복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보라.

이들 앞글자를 따서 F.U.N 할 때 FUN을 느낀다.


그리고 사람들은 주로 다섯 가지 활동들에서 재미를 느낀다. 그것들은 가지고, 키우고, 배우고, 만들고, 만나는 활동들이다. 지금 사는 게 재미가 없다면 매일 이 다섯 가지 중에 하나씩 체크해가며 그것을 중심으로 활동해 보라. 서서히 재미를 느낄 것이다. 당신의 인생이 재미없는 것은 재미있는 선택을 하지 않아서지 돈이나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가 아니다.


그러고 보면 요즘 나의 재미는 글 쓰는 것, 직장 이외의 사람들과 만나고 교류하는 것, 이것저것 낯선 것들을 배우는 데 있기는 하다. 가진다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유일하게 책을 사 모으는 정도인데 그도 큰 무리 없는 지출 수준이니 괜찮은 수준이다. 대신 키우는 것에는 영 소질이나 취미가 없다. 이리 보면 난 인생을 이미 꽤나 재미나게 사는 중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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