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일(Agile) 조직을 하나 만들어야 한다. Agile이란 말은 ‘민첩한’, ‘기민한”이란 뜻을 가진 단어인데 비정기적인 어떤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임시로 만들었다가 목적이 완성되면 해체하는 조직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임시조직이란 뜻이다. 회사의 사안들은 많고 그때마다 인원과 비용을 투입해 조직을 만들 수는 없으니 여러 부서의 직원들을 파견 또는 겸업 방식으로 발령 내어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다. 이런 조직이 구성되면 일단 재빨리 움직이야 한다. 주어진 시간에 결과물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전체 일정 계획을 짜고 중간보고, 최종 보고일을 설정하고 일의 진도 관리를 빡세게 해야 겨우 일정에 맞출 수 있다.
애자일 조직을 보면 기업도 많이 변한다는 생각이 든다. 전통적인 조직은 직원이 발령 나면 그 일을 수행하다 다음 발령 때 옮기는 게 상례인데 이제는 일에 따라 조직을 만들었다 해체했다를 유연하게 하는 식으로 변모하고 있다. 애자일 조직에서는 팀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각기 다른 소속의 구성원들을 코디네이터 하여 과제를 부여하고 기일 관리를 통해 결과물까지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일정 구상은 세웠지만 소속도 다른 이들을 끌어모아 외인부대를 만들어 일을 진행해야 하니 수월한 미션은 아니다.
애자일 조직은 미래의 조직 형태일지도 모른다. 이제 고정비용이 들어가는 조직은 최소화시키고 일감이 생기면 수시로 조직을 만들어 후다닥 해치우고는 해체하는 방식이다. 기업주 입장에서는 저비용으로 동일한 성과를 낼 수 있어 좋겠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직장의 안정성이 떨어져 수입이 불안한 상태가 된다. 나는 이미 이런 조직에 익숙한 편이다. 보험설계사 조직이 그러했다. 보통 매니저나 지점장들은 본인과 함께 움직이는 설계사 조직들을 팀 단위로 유지하고 있다가 돈을 많이 주는 곳으로 언제든지 옮겨 다니는 보따리 장사 같은 행태를 보인다. 대개 그런 형태의 조직들은 회사에 대한 충성도는 낮고 개인의 이익에 충실한 면모를 지닌다. 이제 기존 회사의 조직들은 이렇게 변모해야 비용도 줄이고 경쟁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큰 몸통 주위에 작은 회사들이 여럿 붙어 공생하는 형식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이다. 개인에게 애자일 조직은 어떻게 응용될 수 있을까. 우선 ‘나’라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너무 한정 짓지 말아야 한다. 민첩하게 상황에 맞게 변할 수 있다면 개인의 애자일화도 가능할 것 같다. 한 평생 이 일을 했으니 오직 한 길이라고 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지만 지금껏 그 일을 했지만 같은 일이면 익숙해서 좋고 다른 일이면 신선해서 좋다는 마음으로 대하면 개인의 애자일도 가능해 보인다.
세상에 날 때부터 내 일이라고 정해진 게 있었던가. 어쩌다 보니 그 일을 하게 되었고, 계속하다 보니 익숙해졌고, 익숙해지니 더 잘하게 된 것이다. 적성에 맞으면 좋겠지만 아무리 적성에 맞아도 오래 하면 처음과 달리 권태를 느낀다. 인생이 대개 그렇다. 그러니 자신의 일을 너무 가릴 것도 없다. 하고 싶은 일이 없다면 좋은 일이다. 아무 일이나 해도 되니까.
상황이 바뀌면 나도 바뀌어야 한다. 세상을 나에게 맞추는 것보다는 그래도 내가 세상에 맞추는 게 훨씬 수월하다. 지금 같은 코로나 시대에는 개인의 애자일화가 더욱 절실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