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시작할 때 주저하게 되는 큰 이유는 결과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 말은 역으로 결과에 초연할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이든 좀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다는 말도 된다. 문제는 시작조차 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인데 이는 출발 신호가 울렸는데 아직도 뛸까 말까 망설이는 육상선수와도 같다. 하지만 우리가 세상에 태어났다는 건 이미 인생의 출발 신호가 울렸다는 뜻이기도 하다. 도박을 할 때는 밑천이 많은 사람이 이길 확률이 높다고 한다. 밑천이 적은 사람은 심리적으로 불안해 보상은 적지만 확실한 배팅만 찾게 되고 한 번이라도 잃으면 데미지가 크다 보니 배팅 횟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 반면 밑천이 많은 사람은 설령 이번 판에서 잃는다 하더라도 다음 판에 다시 배팅할 여유가 있어 결과적으로 더 따게 된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인생에서의 밑천에는 무엇이 있을까. 돈이 떠오르지만 그것은 인생 밑천의 일부에 불과하다. 어쩌면 더 중요한 시간과 건강, 좋은 관계 등 다양한 인생 밑천들이 우리에게는 있다. 돈만이 인생의 밑천이었다면 그렇게 많은 돈을 가졌던 재벌 회장들이 오랫동안 병석에 있다 세상을 떠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가진 것에 대해서는 당연하다 여기고 없는 것을 귀하게 여긴다. 하지만 우리에겐 이미 가진 것이 훨씬 중요한 밑천일지도 모른다. 인생을 도박판에 비유하면 카지노에 들어온 사람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돈을 따는 사람과 잃는 사람 그리고 구경꾼이다. 이번 판에 돈을 걸지 않으면 잃을 확률은 없겠지만 딸 확률도 없다. 주어진 삶을 구경꾼으로 지내다 가는 것을 뭐라 할 건 아니지만 한 번뿐인 인생이 좀 밋밋하긴 하다. 그게 싫다면 게임에 참가하되 이왕이면 승률이 높은 게임을 해야 한다.
승률이 높은 게임은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까. 먼저 게임 참여 횟수를 높여야 한다. 시도를 많이 해야 한다는 뜻이다. 영화의 주인공처럼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한 번에 건다는 올인은 멋져 보이긴 해도 승률이 높은 게임은 아니다. 그러니 가진 것이 ‘100’이라면 ‘10’으로 나누어 열 번을 시도하는 것이 낫겠고, 가진 것이 ‘10’이라면 ‘1’이나 ‘2’로 나누어 시도하는 것이 길게 볼 때 승률을 올리는 방법이다. 다음으로는 내가 가진 밑천의 성격이 무엇인지도 살펴야 한다. 가진 것이 돈이라면 돈을 걸겠지만 시간이라는 밑천을 더 많이 가졌다면 시간을 걸어야 한다. 가진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남들 거는 것을 나도 건다면 그만큼 승률이 낮은 배팅을 하는 셈이다.
우리는 결과에 대한 확신이 없기에 시도하는 것을 주저하지만 결과에 대한 확신이 있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하다. 내일 로또 1등 당첨 번호를 온 국민이 알게 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사람들은 불확실하면 불안해한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인간이 가장 싫어하는 심리상태이다. 도박판에서는 밑천이 많은 사람이 불안감이 덜 하듯이 삶을 살아갈 때도 밑천이 많은 사람의 불안이 덜하다. 다만 도박판의 밑천은 돈만이 유통되지만 인생의 밑천은 무척 다양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 먼저 내가 가진 밑천부터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게임에 참여하되 내가 원하는 것을 따야 한다. 그것은 돈일 수도 있고 시간일 수도 있으며 좋은 인간관계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