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짤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
세바시 유튜브를 보다가 얻어걸린 말이다. 강사는 회사에 첫 출근을 했는데 저 말이 모니터에 뜨기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첫 출근한 직원의 모니터에 열심히 일하자는 말도 아닌 너는 언젠가 짤릴 것이고 회사는 망할 것이고 우리는 죽을 것이란 팩트를 공격하는 자신 있는 회사가 어딘지 궁금하긴 하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그 강연자는 저 말을 보고서 회사와 자신을 분리하게 되었으며 어떤 결정을 내릴 때는 자신의 행복을 위주로 선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딸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아빠 육아 휴직을 낼 정도로 자신의 행복을 챙겼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비슷한 경우를 겪었다. 제도적으로 아빠에게 육아 휴직제도가 도입된 것은 불과 수년 전의 일이다. 사실 그런 제도가 있는지도 몰랐다. 함께 근무하던 직원이 맞벌이하는 아내가 출산을 하고 아이 돌볼 사람이 없다며 아빠 육아 휴직을 신청하기에 면담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는 우리 회사 최초의 아빠 육아 휴직 신청자였다. 그런데 당시 나는 꼰대였나 보다. 그 직원에게 직장이란 경쟁의 세계인데 육아 휴직을 다녀오면 동기들에 비해 뒤쳐지는 것 아니겠냐는 우려를 전했다. 그는 나에게 다시 한번 생각하겠다고는 했지만 기어이 아빠 육아 휴직을 신청했었다.
어제 세바시 강의를 듣다가 그 직원이 생각났다. 그런데 그가 아빠 육아 휴직 1호가 된 이후 2호, 3호가 연달아 나오는 걸 보고는 나의 생각이 얼마나 시대에 뒤처진 것인지 돌아보게 되었다. 지금의 신입들은 회사와 자신을 분리할 줄 아는 현명함을 가진 것 같아 일견 부럽기도 하다. 나는 이제서야 그런 경향을 수용하게 되는데 젊은 그들은 나와 한 공간에 근무하지만 정말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사실이다.
직장에 다니는 우리들은 언젠가는 짤릴 것이고 회사도 언젠가는 망할 것이고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아는 사람들은 일과 자신을 분리할 줄 안다.
개인적으로 러시아에 관심이 있다 보니 러시아 관련 팟캐스트를 청취하는 편이다. 한 번은 어느 직장인 출연자가 그곳 현지에서 근무한 경험을 들려주는데 땡 하면 퇴근하고 주말마다 주변을 여행하며 돌아다녔다고 했다. 그리고는 한 마디 덧붙이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당시 어려웠던 점은 주변 직원들로부터 소외를 당했다는 고백을 했다. 왕따를 당했다는 말이다. 그건 일의 문제가 아니라 직장 내 조화의 문제였다. 퇴근 후에도 회식자리에서 어울리고 주말이면 함께 골프도 치러 다녀야 하는데 자신은 그런 시간들이 너무 아까웠다고 한다. 당시에는 그 방송을 들으며 왕따 당할 만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사무소장이 조직을 이끌고 가는데 어느 직원의 개인적 성향이 너무 강하면 부담이 된다. 일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왠지 미워 보인다. 그런데 그게 나의 꼰대 같은 생각이었음을 이제서야 고백한다. 이는 그동안 직장의 일과 나의 일을 분리하지 못했던 나의 문제였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작년 하반기부터는 나의 직장생활도 많이 달라졌다. 더 이상 회사의 일과 나의 일이 겹치지 않는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마음 편하다. 늦었지만 주제 파악을 했다고 할까 나는 회사의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나는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시간만큼 일하며 정해진 날짜에 돈을 받는 노동자였다는 사실이 생경하게 다가왔다. 지금 입사하는 대부분의 직원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들에게 과거처럼 우리는 하나라고 하면 속으로는 꼰대라며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가끔 ‘나 때는 말이야’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다. 그들은 이 말마저 “Latte is horse.”라고 비꼬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