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3. 일이 아니라 놀이였다

by 장용범

토요일을 지나면서 짐을 하나 덜어낸 느낌이다. 작년에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원우 회장직까지 맡다 보니 좀 더 활동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로 외부 활동은 할 수 없는 터라 올해 초에 계획했던 게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한다는 거였다. 전공이 글쟁이들이 모인 문예창작이다 보니 니즈에 맞는 주제를 정했는데 책을 출간하는 것과 문단에 등단하는 법이었다. 지난 4월에 첫 세미나를 열었고 어제 두 번째 세미나를 마쳤다. 하필이면 학과의 문집 제작을 위한 편집회의까지 겹치다 보니 주말 하루가 좀 빡세게 지나갔다. 이로써 올 상반기에 하려고 했던 일들은 마무리가 되었다. 다른 총무로부터 내가 많은 것을 하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는데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나 좋아서 하는 것이라 딱히 고생이랄 것도 없다. 어떤 일을 기획하고 그것이 되어 가는 과정을 즐기는 편이라 자원만 있다면 무언가를 만들어 가는 일은 재미난 놀이가 되고 만다. 그 자원이란 것이 돈과 시간, 사람일 텐데 코로나 이후로 많은 것들이 비대면 온라인으로 들어오다 보니 큰 부담이 없었던 면도 있다. 이것도 코로나의 역설인가 보다.


일은 되어가는 것이라고 한다. 이 말은 처음부터 철저한 준비를 통해 세상에 짜잔 하고 걸작이 나타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계획이 섰으면 시작을 하고, 진행하면서 부족한 것은 채워가는 식으로 완성도를 높여 간다는 뜻이다. 그렇게 만들어져도 최고의 결과물은 아닐 수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천재 모짜르트를 따라갈 수 없었던 살리에르처럼 어느 분야나 탁월한 고수들은 있게 마련이다. 모두가 스타를 꿈꾸지만 누구나 스타가 되는 것은 아니듯이 최고의 결과물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볼 게 아니라 일단 시작을 하고 되어가는 과정에 몰입하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아마추어와 프로는 역량면에서는 비교의 대상이 아니겠지만 행복도에서는 아마추어가 더 나을지도 모른다. 프로는 돈이 목적이지만 아마추어는 활동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일이냐 놀이냐의 문제이다.


세상에 재미난 것은 돈이 안 되는 것들에 있는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은퇴시점이 다가오면서 누구도 나에게 더 많은 소득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게 은근히 사람 마음을 편하게 한다. 누군가 그에 대해 뭐라고 하면 30년 넘게 벌었으면 됐지 이 나이에 벌만한 일이 뭐 그리 있겠어라며 슬쩍 미소를 흘리는 거다. 살아지게 된다는 말도 있듯이 어떡하든 살아는 질 것이다. 먼저 나가신 선배들을 봐도 그런 것 같고 또 은퇴를 세상에 나만 하는 것도 아니잖은가. 이제는 점점 시간이라는 자원이 늘어난다. 50대는 인생의 새로운 재미와 의미를 추구하기에 좋은 시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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