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이 상점의 정체가 뭘까?
내가 MUJI(무지)라는 상점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이었다. 매장의 크기도 제법 크고 인테리어도 통일된 색상의 은은한 느낌이 들지만 매장의 분위기는 그냥 좀 큰 가정집에 놀러 온 느낌이었다. 침대가 있고 욕실용품이 보이고 가전제품도 있었다. 왜 이들 제품들이 한 곳에 있는지 이상했고 그들 제품에 상표를 발견할 수 없는 게 특이했다. 이 상점은 왜 이런 컨셉을 가지게 된 것일까 내심 궁금했었다.
ABC마트라는 곳을 처음 대했을 때도 그렇다. 이곳에는 모든 메이커의 신발들을 팔고 있었다.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 등의 상표를 보면 각자의 매장에 있을 법 한데 이 모든 제품들이 한 공간에서 팔리고 있는 게 이상했다. 한 가지 브랜드만 있던 기존의 매장에 비해 신선하다는 느낌도 있었지만 정말 같은 제품일까라는 의구심도 들었다.
또한 라이프스타일을 판다는 비즈니스 모델도 본다. 대체 무엇을 판다는 얘긴지 감 잡을 수가 없다. 어느 출판사는 라이프스타일 중 벼룩시장을 판다고 한다. 벼룩시장이란 게 팔 수 있는 대상인지 모르겠지만 책 보다도 한시적으로 시장을 개설하고 입점하는 업자들로부터 임대료를 받고 그 시장을 단일한 컨셉으로 관리하는 비즈니스라고 한다. 거기서 얻는 수익이 출판 수익보다 많다 보니 비록 업은 출판사지만 벼룩시장을 판다고 했다.
상업이라는 행위가 시대가 바뀌면서 정말 다양하게 변모하고 있다. 상업의 본질은 내가 제공할 수 있는 것을 제공하고 이익을 얻고자 하는 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한다. 어떤 물건을 만들었다거나 내가 노동을 제공한다거나 아니면 주택을 소유하고 있어 방을 임대한다거나 아무튼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성립한다. 그 가치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겠지만 때로는 정말 저걸 구입하네 싶은 물건들도 있다. 스타워즈의 캐릭터나 건담 모델을 구입하는 어른들이 있다. 키덜트라는 이름으로 매니아 군이 형성되어 있는 것 같다. 요즘 아이돌은 철저한 마케팅의 산물이다. 예전에는 어느 가수가 떴다 하면 한 동안 방송 여기저기에 보이다가 어느 날 다른 신인의 인기에 밀려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간을 정해 활동하고 사라지고 다시 컴백하기를 반복한다. 노래만 파는 것도 아니다. 굿즈라 하여 아이돌 사진이 들어있는 잡다한 물건들을 파는데 내가 보기엔 저걸 왜 돈 주고 사는지 이해가 안 될 때가 많다.
서점의 컨셉도 많이 바뀌어 간다. 이제 서점은 책을 팔기 위해 책 아닌 것들로 채워간다. 분위기 자체가 고급 카페 같기도 하고 문구점이나 음반사, 전자제품 매장 같기도 하다. 그래서 정작 내가 찾는 책은 없고 신간 위주로 서점 공간을 가득 채워 방문객들에게 그냥 이 책을 읽으라는 무언의 강요를 하는 것 같다. 이런 컨셉은 일본의 츠타야 서점이 시작이라고 한다. 온라인으로 상거래가 넘어가는 이 시대는 기존 오프라인의 강자들이 어떡하든 사람을 불러 모으고 최대한 오래 머물게 하는 마케팅 전략을 가져가는 것 같다.
전동드릴을 구입하는 사람이 정말 원하는 것은 드릴이 아니라 구멍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제 무언가를 팔고자 하는 사람은 사는 사람의 숨겨진 마음을 잡아야 한다. 우리는 빵집에서 케잌을 구입하는 게 어니라 케잌을 중심으로 둘러앉은 가족들의 사랑을 원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