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있으면서도 요즘 뜸했다 싶었던 후배에게 점심이나 함께 하자며 연락을 취했다. 날도 더운데 식당 가느니 그냥 시원한 카페에서 샌드위치나 먹자며 이끌었는데 후배의 표정이 많이 지쳐 보인다. 최근 울산에 계셨던 아버님의 암이 재발해 서울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계신데 잦은 통원치료 때문에 병원 근처에 방을 하나 구했다고 한다. 때문에 건축업을 하시는 아버님의 일에 대한 수습과 직장 생활 병행으로 경황이 없어 그간 연락을 못했다고 했다. 말만 들어도 그 힘든 상황이 짐작되었다. 괜찮냐는 나의 우려 섞인 말에 아직은 내력(內力)이 잘 버티고 있다며 웃는다. 자신은 괜찮은데 오히려 회사가 내력이 많이 약해진 것 같아 염려된다는 말을 했다. 내력과 외력은 구조역학에 나오는 다소 전문적인 용어이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는 건축구조기술사인 주인공이 이런 대사를 했다.
“모든 건물은 외력(外力)과 내력(內力)의 싸움이야. 바람, 하중, 진동 등 있을 수 있는 모든 외력을 계산하고 따져서 그것보다 세게 내력을 설계하는 거야..... 항상 외력보다 내력이 세게.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있으면 버티는 거야"
국내에서 가장 높다는 123층의 롯데월드타워에서 행사를 가진 적이 있었다. 높이가 555미터라고 하는데 고개를 젖혀 건물을 보며 드는 생각은 이 거대한 건물이 서 있는 게 참 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아보니 철골 무게만 5만 톤, 쏟아부은 콘크리트 양만 해도 32평 아파트 3,500채를 지을 분량이라 한다. 그 자체만으로도 정말 엄청난 무게인데 건물에는 외력이라는 힘도 작용한다. 때로는 세찬 비바람을 안고 오는 태풍도 불 것이고 수시로 지나가는 지하철과 자동차의 진동도 영향을 미칠 것이며 가끔 생기는 지진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이 건물의 내력이라고 한다. 만일 123층인 그 건물의 내력이 외력을 견뎌내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 그야말로 끔찍한 일이 생기고 만다. 뉴욕의 무역센터 빌딩이 비행기로 한 군데 타격을 받자 자체 무게로 와르르 무너지고 만 것처럼.
드라마 주인공의 대사처럼 건물이나 인생이나 내력이 외력보다 강해야 버틸 수 있다. 그런데 같은 외력 수준에도 무너지는 사람이 있고 버텨내는 사람이 있듯이 내력 수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내가 생각하는 인생의 내력을 키우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어떤 상황을 설정하고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파악하는 자기 객관화 능력과 그 수준을 꾸준히 높여갈 힘을 키우는 반복이다. 하늘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시련은 주지 않는다는 말도 있듯이 어떤 시련이 닥쳤을 때 자신의 내력을 한 번 믿어 보면 어떨까. 어쩌면 자신은 생각보다 더 강한 사람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