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 이러고 놀 수도 있다

by 장용범

월요일에 출근을 하면 서로의 주말 근황을 묻곤 한다. 내가 혼자 무엇을 했노라 하면 꼭 따라붙는 말이 “혼자서 무슨 재미로”라는 말이다. 매번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시간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많긴 한 것 같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활동도 좋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오롯이 그 시간을 나를 위해 쓴 것 같아 만족감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혼자서 시간을 보냈던 여러 활동들을 돌아보았다. 먼저 짧은 여행이 떠오른다. 지하철을 타고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곳을 찾아가기도 한다. 버스 터미널로 가서는 생소한 목적지의 표를 구입하기도 하고 따릉이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라이딩하거나 승용차를 몰고 그냥 북쪽이라는 방향만 잡아 올라가기도 했다. 어차피 정해둔 목적지가 없기에 중간에 마음 바뀌면 언제든 목적지 변경이 가능하다. 어느 곳으로 갈지 모르니 묘한 기대감도 생긴다. 이른 아침 카페가 문을 열 즈음에 들어가 장시간 앉아 있기도 한다. 무엇을 꼭 하는 것은 아니고 책을 읽거나 노트에 끄적이거나 창 밖을 멍하니 보며 머릿속을 비워내는 시간을 가진다. 그러다 카페에 사람들이 몰려들 시간이면 벗어나는데 조용한 오전 카페를 한껏 독차지하며 누리는 사치도 빼놓을 수 없는 혼자 노는 재미이다. 다소 침체됨을 느낄 때 재래시장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난 혼자 놀이이다. 활력 있는 상인들을 보면 그들의 에너지를 나도 받는 것 같다. 근처 산이 되었건 시내가 되었건 그냥 무작정 걷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좋다. 골목이 보이면 일부러 들어가 보기도 하는데 막다른 골목이라도 만나면 다시 돌아 나오는 재미도 있다. 도서관이나 서점에도 자주 가는 편이다. 그날 생각나는 한 가지 주제의 책을 여러 권 쌓아두고 마치 그 분야의 전문학자라도 된 것처럼 하루 동안 파고드는 재미가 쏠쏠하다. 공연장은 주로 아내와 가긴 하지만 가끔은 혼자서도 가 본다. 객석의 제일 뒤편에 앉아 공연도 보지만 공연을 보는 사람들을 보는 재미도 있다. 국립국악당의 토요 명품 공연은 한 동안 빠져 지냈던 공연이었다. 대중에게 인기가 없어서인지 국악공연은 비용도 저렴하고 객석의 사람들도 드물어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 최근에는 현대무용에도 재미를 들여 아예 국립현대무용단 일반회원으로 가입을 했었다. 그 외 박물관이나 미술관, 세미나 등 주변에는 혼자서도 놀거리나 장소들이 꽤나 늘려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혼자서 무슨 재미라고 하면 그냥 미소 짓고 만다. 내가 뭐라고 하든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할 테니까. 하지만 지금도 나의 혼자 놀이 아이템들은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새벽에 글 쓰는 이 시간도 나에겐 풍요로운 혼자만의 시간이다.


앞으로 나이 들수록 혼자 놀 수 있는 능력은 중요해질 것이다. 인간은 혼자라는 사실을 두려워 하지만 우리 사회는 혼자 사는 노인의 비율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다. 2019년 통계로는 전체 65세 인구 중 혼자 사는 노인의 비율은 19.5% 수준이었다. 노인 열 명중 둘은 혼자 사는 노인이라는 얘기다. 혼자 사는 노인이라 하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삶을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안정된 삶을 살더라도 배우자가 먼저 세상을 떠났거나 미혼이나 이혼했을 수도 있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구나 지금의 50대는 자식들과 함께 산다는 생각을 않는 세대들이다. 올해 90세를 넘긴 일본의 소설가 소노 아야코는 노인의 고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무리 지어 사는 동물이지만 고독에서는 자유롭지 못합니다.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더라도 ‘무리에서 떨어졌다’라는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떨어질 수 있음을 각오하고 살아가야 합니다. 차라리 노년의 삶은 고독한 게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건 어떨까요. 사람은 모두가 외롭다, 그래서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고 자신을 달래는 것입니다.”_소노 아야코의 <노인이 되지 않는 법> 중에서


노인의 일과는 고독을 견디는 것이고 고독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것이라는 그녀의 말에서 혼자 태어나서 혼자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태생적 한계를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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