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참 우연한 계기였다. 마을버스를 타고 가는데 앞 좌석의 등받이에서 집수리 학교의 개강을 알리는 광고를 보게 되었다. 평소 가졌던 생각 중 하나가 나는 주위의 생활시설에 참 무지하다는 것이었다. 전등만 해도 요즘은 대부분 LED 등이다 보니 어떻게 교체해야 할지 모르고 수도꼭지나 샤워기 하나도 갈아 끼우지 못한다. 그런데 어느 곳도 이런 간단하지만 요긴한 기술을 알려주는 곳이 없었다. 만일 이런 학원을 하나 개설해서 실습을 겸한다면 시장에서 꽤나 먹힐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버스 안의 그 광고가 눈에 확 들어왔던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강의라도 주중의 낮에 하는 강의라면 들을 수 없겠다 여겼는데 마침 주말 강의가 있다기에 얼른 신청을 했다.
드디어 첫 수업이었다. 강사는 오랜 기간 인테리어 사업을 했던 분이라는데 단순한 이론 강의가 아니라 실습 위주로 진행을 했다. 장갑도 작업의 성격에 따라 달리 착용해야 한다는 것과 나사못 하나도 나무에 박을 건지 샷시에 박을 건지에 따라 모양에 차이가 있었다. 첫 수업은 주로 공구에 대한 소개였는데 전동드릴과 쇠를 자르는 그라인더와 컷쇼, 벽을 뚫는 뿌레카, 곡선을 포함 판자를 원하는 형태로 자른다는 직소 등을 다루었다. 직접 불꽃을 튀겨가며 쇠를 자르고 전동드릴로 샷시에 못을 박다 보니 네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그런데 이런 수업을 진행하는 ‘녹색지대 협동조합’이라는 곳을 궁금해하니 수업 후에 남으면 안내해 주겠다고 한다.
강의를 진행했던 분은 조합의 이사장이었는데 설립 동기가 내 생각과 일치한다. 사람들이 너무도 간단한 작업인데도 스스로 하지 못해 업자를 불러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것 같아 집수리 학교 아이디어를 내었다고 했다. 작년 11월에 뜻을 같이 한 사람들은 10명이었는데 막상 출범을 하려 하니 4명이 포기하고 6명으로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집수리 강의는 조합 사업의 일부이고 현장에서 실제 집수리와 방역의 일을 병행하는데 최근에는 구청에서 진행하는 저소득층 집수리 사업도 맡게 되어 일감은 많지만 협동조합의 특성상 직원이 따로 없고 조합원들이 직원 겸 주인들이다 보니 일손은 좀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들어보니 설립 6개월 만에 빠르게 자리 잡아가는 사업임을 알 것 같았다. 젊은 이사장의 일에 대한 아이디어와 열정이 대단해 보여 점심이라도 함께 하며 좀 더 듣고 싶다고 했더니 흔쾌히 응했다. 식사자리에서 앞으로의 계획과 비전을 듣다 보니 나도 이 조합에 가입해서 활동하고 싶어 졌다. 집수리와 조합의 운영방식도 배우고 행정기관 공모사업에 기획안 작성 등의 서류 작업도 하는 등 아직은 출범 초기인 조합의 사업이 재미있어 보인다. 축구를 좋아한다는 젊은 이사장의 마지막 말이 인상 깊다. “드리블은 패스를 따르지 못하는 법이죠. 혼자서 아무리 드리블을 잘해도 선수들 간의 패스로 이어지는 공은 어느덧 골대 앞에 가 있듯이 저는 단독 드리블을 하지 않고 조합원들과 함께 이 조합을 성공시킬 겁니다.” 역시 인생은 도전하는 만큼 재미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