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라는 분을 좋아한다. 그의 강의와 책은 유머러스 하지만 임팩트가 있어 일부러 챙겨 보는 편이다. 좀 지난 영상이지만 그가 출연했던 힐링캠프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삶에 대한 몇 가지 통찰력을 얻었다.
그는 좀 특이한 이력을 가진 사람이다. 몇 년 전 교수이면서 대중 강연자로 인기 절정이었을 때 돌연 교수직을 포함 모든 활동을 그만두고 일본으로 그림 유학을 떠났다. 그리고 유학을 마치고 와서는 여수의 어느 섬에 미역 창고를 개조한 작업실을 만들어 그림도 그리고 읽고 쓰는 일을 하며 지내고 있다. 그에게 끌리는 이유를 가만 생각해보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그는 실제로 하고 있어서다. 나도 언젠가 일에서 벗어나면 일 년 정도 어학연수를 떠나고 싶고, 어느 바다경치 좋은 곳에다 작은 나의 공간을 마련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런데 2년 후에는 어차피 은퇴를 맞이하니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일말의 기대감 같은 것도 있다. 이런 이야기를 친근한 직장 후배에게 했더니 은퇴에 대해 너무 낭만적으로 생각한다며 핀잔을 좀 받았다. 한 마디로 정신 좀 차리라는 뜻이겠지. 틀린 말도 아니다 싶었는데 김정운 교수의 이야기를 들으니 다시 그 꿈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그의 대표적 주장은 ‘대한민국의 남자들이여, 좀 놀아라.’이다. 한국사회의 많은 문제들은 남자들이 잘 놀지 못해서라는 것이다. 과정을 무시하고 오직 결과 지향적이다 보니 경쟁도 심하고 권력과 직위에서 벗어날까 봐 전전긍긍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이런 주장을 하면 저항을 받는다는데 먹고살기도 바쁜데 팔자 좋은 소리 한다는 것이다. 진행자의 이 질문에 너무도 많이 받은 질문이라는 듯 그런 분들에게는 ‘그럼 죽을 때까지 먹고살기 바쁘게 사세요.’라고 말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공감이 된다. 인간으로 태어난 우리가 먹고 살기에만 급급하다 생을 마감한다는 건 너무 허무할 것 같아서다. 시니클한 한 마디 같지만 ‘인간은 왜 사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인생 100년이라고 한다. 지난 50여 년의 생을 해야만 했던 것으로 살아왔다면 남은 50여 년의 생은 내가 주체적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그에게 누가 뭐라 할 것인가. 그는 이야깃거리를 많이 만들어낸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나는 어떠한지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