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 예술과 노동의 차이

by 장용범

그림을 잘 그리는 편이 아니다. 가끔 들르는 미술관에서 그림 자체도 보지만 어느 정도 시간을 들였을까라는 엉뚱한 생각도 한다. 화가의 그림 그리는 행위는 노동일까, 예술일까? 전업 화가에게 그림 그리는 행위는 자신의 밥벌이를 이어가는 노동행위임이 분명하다. 이는 작가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교수로부터 노동으로서의 글 쓰기라는 말을 들었다. 참 생소하게 들렸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글이 생업인 사람에게 글쓰기는 분명 노동이다.


지난달 남부지방 집중 폭우로 많은 피해를 입은 양식업자들이 정부에 특별 재난지역 선포를 요청한 일이 있다. 지금껏 농업과 어업은 큰 재난을 당하면 정부의 보상책이 으레 이어진다 여겼는데 어느 특이한 댓글에 ‘좋아요’가 집중적으로 몰린 상황이 생겼다. “어민들이나 농부 모두 결국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체다. 그런데 자연재해를 입었다 하여 국민의 세금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무슨 욕심이냐”라는 글이었다. 더구나 지금은 코로나 시국이고 많은 소상공인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는 시점이다. 어떤 업에 종사하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한다는 게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밥벌이의 논리이다.


직업적 만족도를 조사해 보면 늘 상위권을 차지하는 게 예술가와 종교인이라고 한다. 일부 예외는 있겠지만 대다수의 예술가나 종교인들의 수입은 그리 높지 가 않다. 그들의 직업적 만족도는 화폐의 수입이 아닌 다른 곳에서 온다. 예술이나 종교부문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노동가치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들도 밥벌이를 위한 활동은 해야 할 것이다. 밥벌이는 인간이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이며 누구나 예외일 수 없는 숙명적 활동이다. 시장에서 팔리는 화가의 그림은 분명 노동의 산물이다. 종교인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기부에 의존하지 않고 종교인의 생활이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성과 속, 예술과 노동은 그 구분이 모호하다. 어쩌면 가장 예술적인 화가는 그리는 자체를 즐기는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화가가 그림을 팔기 위해 노동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리는 자체를 즐기고 있는지는 오직 화가 자신만이 알 수 있다. 예술과 종교에 종사하는 이가 그 과정 속에 자신이 없고 결과물에 대한 시장의 평가에만 연연한다면 그것은 노동행위에 점점 가까워질 것 같다. 거꾸로 국밥 한 그릇 말아내는 시장의 아주머니라도 그 과정에 몰입되어 있다면 그 국밥은 훌륭한 예술작품이 될 수도 있다. 내가 살아낼 오늘 하루를 예술로 살아갈지 노동으로 살아갈지는 오직 나에게 달려 있는 것 같다. 예술은 몰입의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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