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무더위를 식혀 줄 비가 간간히 이어지는 주말이었다. 때로는 세차게 때로는 가늘게 내리는 비를 보며 여유를 한껏 부린다. 그동안 대지가 너무 데워진 탓인지 웬만한 빗줄기에도 더위는 식지를 않는다. 요즘 재미난 아이디어를 하나 굴리고 있다. 사분면의 이용에 관한 것인데 빈 종이를 네 면으로 나누어 여기에 어떤 체계를 잡아 볼까 하는 구상이다. 이미 스티븐 코비는 오래전 일을 긴급한 것과 중요한 것의 정도에 따라 사분면을 이용하는 방법을 소개한 적이 있다. 급하고 중요한 일을 당연히 먼저 해야 하지만 늘 마음에 둘 것은 당장은 급하지 않더라도 중요성이 있는 일들이다. 이를테면 현재 별 이상 없는 건강처럼 무척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 당장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닌 것들이다.
주말 동안 이 사분면을 이용한 Priority Matrix라는 앱을 가지고 놀았다. 놀았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앱의 직관성에 감탄을 하며 세상에 사분면을 이토록 정교하게 구체화한 프로그램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 그래서 늘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때는 벤치마킹이 중요한 법이다. 75억 인구 가운데 누군가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물음을 던지다 보면 대부분 참고 대상이 나타난다. 사분면의 활용에 대한 아이디어를 고민하다 혹시 하며 검색하다 얻어걸린 것이 Priority Matrix라는 앱 프로그램이었다. 문제는 한 달 동안만 무료이고 연간 구독료가 있는데 무려 17만 원이 넘는다는 데 있다. 한 번도 아니고 매년 이 금액을 지불해야 휴대폰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긴데 이건 좀 아니올시다 였다. 그냥 한 달 동안 이 프로그램의 구성이나 철저히 파헤쳐 볼 참이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To do list” 또는 “해야 할 일”은 익숙하지만 “프로젝트”라고 하면 좀 멀게 느껴진다. 어떤 거창한 토목공사나 유조선을 만들어야 할 것 같지만 프로젝트는 그냥 여러 가지 작은 일들이 모여 하나의 완성작이 나오는 일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간단한 거실 청소 정도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없지만 집안 대청소는 프로젝트라 할 만하다. 그러니 개인의 일에도 시간이 걸리고 좀 복잡한 일을 해야 한다면 프로젝트 관리 방식으로 접근하면 시간과 비용면에서 효율성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보통은 간트차트라 하여 일정별 달성률을 표시하는 막대그래프로 진척도를 표현하지만 사실 이것은 개인에게는 너무 성가신 일이고 그냥 A4 용지 한 장에다 앞 면에는 사분면을 만들어 두고 뒷 면에는 일주일 정도의 진척도 정도만 관리해도 충분할 것 같다.
이를테면 사분면에다 내가 원하는 기간을 담아보자. 만일 3년 정도를 담는다면 1 사분면에는 이번 달에 할 일, 2 사분면에는 분기 안에 할 일, 3 사분면에는 1년 안에 할 일을 적고 마지막 4 사분면에는 3년 안에 할 일을 적는 식이다. 기간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 더 장기적으로 보려면 10년을 정해도 되고 더 단기적으로 하려면 1년을 정해도 된다. 하지만 너무 장기적인 전망은 구체화시키기엔 무리가 따르니 어렴풋이 그림 정도 그리는 수준이면 족할 것이다.
그러고는 다음 면에다 세로로 6줄을 긋는다. 제일 첫 번째 줄은 자기가 하려고 하는 프로젝트 명을 리스트업 한다. 두 번째 줄부터 여섯 번째 줄까지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진척도 관리나 메모 등으로 활용한다. 기간의 길이는 딱 일주일 정도가 일상을 방향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관리할 수준 같다. 개인마다 시간과 할 일의 관리 방법이 다양하겠지만 오늘 하루를 큰 방향에 맞게 제대로 보내는지 점검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 “나는 어디로 가고자 하며 지금 서 있는 곳은 어디인가. 그리고 그곳에 가기 위해 지금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 이게 프로젝트 관리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