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MC 유재석의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유튜브 영상을 하나 접했다.
“꿈이 있다거나 어떤 계획을 세우진 않아요. 목표나 계획을 만드는 걸 애초에 싫어해서요. 그리고 너무 잘하려고도 하지 않아요. 그냥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 한다는 거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정작 그것을 해야 하는데 하지는 않고, 고민만 하고 있으니 불안한 거겠죠.”
대략 이 정도의 내용이었다. 그가 정식으로 인터뷰를 한 게 아니라 여러 예능 프로에서 출연자들과 잠깐씩 나누었던 자신의 의견이니 그의 진정성이 보인다. 세상을 이리 살아라 저리 살아라며 말로 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유재석처럼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들은 드문 것이 현실이다. 그가 오랫동안 인기를 유지하는 비결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한다.
유재석의 영상을 통해 요즘 나의 상태를 돌아보게 되었다. 업무는 매일매일 실적으로 평가받던 시절에 비해 급하게 움직여야 할 일들은 많이 줄었다. 문제는 내가 이런 생활에 익숙하지 못해 생각들이 좀 많아졌다는 데 있다. 유재석과는 달리 직장생활 대부분을 영업에서 지내다 보니 목표는 어느덧 익숙한 일상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습관처럼 새로운 목표와 계획을 짜게 된다. 구체적이진 않지만 3년에 걸쳐 대강 하고 싶은 일들이 있긴 하다. 계획 수립을 하다 보면 회의감이 들면서도 마치 미래소설을 쓰듯 현실 도피적인 즐거움도 누리게 된다. 업무가 바뀐 이래 무언가를 몰입해서 해냈다는 느낌은 아무래도 좀 덜한 것 같다. 이 업무의 성격상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면 영업의 숨통을 조이는 면도 있어 균형감각이 필요하긴 하다.
“여러 가지 일을 함께 하다 보면 나는 집중이 잘 안 되던데. 뭔가 일을 하나 처리했다는 것만 있고 최선을 다했다는 느낌이 없어 양심에 좀 찔리더라고.” 유재석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일을 통해 무언가를 하나 이루었다는 느낌이 덜하니 그게 좀 불편하다. 이러다 차츰 무기력증에 빠질 수도 있겠다 싶다.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는 무기력하다 거나 우울감이 느껴질 땐 10분 만에 할 수 있는 서랍 정리나 설거지 같은 일을 추천했다. 일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고 무언가 해냈다는 경험치를 심어주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지금 나에게는 눈앞의 작은 일에 집중하는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