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 메타버스나 NFT 같은 디지털 자산에 관심을 가져보세요. 시대가 생각보다 빨리 변하고 있어요.” 신촌과 강남에서 두 곳의 중국 찻집을 운영하고 있는 후배는 이 시대의 투자 흐름을 읽는 탁월한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수년 전에는 코인 채굴기를 설치했다며 이름마저 생소한 이더리움이라는 가상화폐를 나에게 소개한 적이 있었다. 그 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라는 이름이 사람들에게 익숙해질 무렵 코로나가 왔었고 후배는 가상화폐 투자로 꽤 많은 수익을 거둔 것 같았다. 최근 코로나 이후 매장의 매출은 급감했지만 그동안 채굴했던 가상화폐를 팔아 현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말도 전해 주었다. 지금의 시대는 지구를 통째로 가상의 공간에 구현해서 부동산을 그리드 별로 쪼개어 사람들에게 판다고 할 땐 좀 혼란스러웠다. 대동강 물을 팔았다는 봉이 김선달도 아니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그리고 그걸 정말 구입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이상하다.
후배의 말을 듣고는 자산가치에 대해 근원적으로 생각을 해본다. 금은 왜 가치가 나가는 걸까. 그리고 실 생활에 별 쓸모도 없는 가상화폐는 왜 그리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걸까. 그것은 사람들이 가치를 두기 때문이다. 반짝이는 금속이 금만은 아닐진대 사람들은 금을 귀하게 여기고 비싸게 거래를 한다. 그리보면 후배가 말하는 메타버스나 NFT의 가치에 사람들이 신뢰를 준다면 자산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런데 메타버스나 NFT란게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궁금하면 찾게 되어 있다.
메타버스에 대해 이야기하면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이라는 영화를 예로 든다. 나도 그 영화를 보았지만 예전 <쥬라기 공원>만큼의 감동은 아니었다. 주인공은 현실에서는 빈민가의 비참한 삶을 살아가지만 고글을 쓰고 가상의 세계로 들어가면 모두가 부러워하는 자동차 경주의 영웅이 되어 있었다. 게다가 비록 가상의 세계지만 슈트를 입으면 실제와 같은 느낌도 받는다. 메타버스는 코로나 이후 급격히 부상한 면이 있는데 사람들이 현실 세계에서 만남을 갖지 못하게 되자 가상의 공간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 만나기도 하고 가상의 공간에서 함께 놀러도 다닌다. 블랙핑크는 이 가상의 공간에서 팬사인회도 열었는데 전 세계에서 천만 명 정도가 모였다고 한다. 현실의 공간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그러면 NFT는 무엇일까? 이것은 ‘대체불가토큰’으로 디지털 세상에서 복제가 불가능한 원본임을 입증하는 토큰 같은 것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어떤 아티스트가 컴퓨터 작업을 통해 그림을 그렸다고 하자. 보통 컴퓨터상의 파일은 복사가 가능하다. 그런데 이 그림은 블록체인 기술로 ‘대체불가토큰”인 NFT에 담아 세상 유일한 원본으로 만들어 복제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것은 오직 네트워크나 디지털 세상에서만 볼 수 있고 현실 세계에서는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그림이다. 이런 그림이 실제 거래가 되었다. 디지털 그림 ‘워 님프’는 65억 원에 거래가 되었다고 한다. 대체 지금 세상에는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2017년 강남에서 근무할 때 지하철역에서 배우 이동욱을 내세운 ‘코인원’이라는 가상화폐 거래소 광고를 보게 되었다. 당시 테헤란로 일대의 보험설계사 들 중 많은 사람들이 가상화폐 다단계 사업을 겸업하고 있었다. ‘저게 될까?”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고 그 마음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당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구입했더라면 후배처럼 꽤 많은 수익을 올렸을 거다. 지금도 신뢰는 안 가기에 그에 대한 아쉬움은 없지만 가치를 지닌 자산의 대상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건 인정해야 할 것 같다. 5년 후 혹시 내가 이런 글을 쓸지도 모르겠다. 2021년에 메타버스와 NFT를 알았는데 그때 투자를 했으면 돈을 몇 배나 벌었을 것이다고. 하지만 나에게 가상의 세상은 여전히 낯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