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 마음을 살펴보다

by 장용범

불교의 수행 원리를 현대의 정신의학에 적용하여 치료에 꽤나 효과를 보고 있나 보다. 국내에선 전현수 박사라는 분이 대표적인 분이신데 그분의 마음에 관한 강의를 듣던 중 흥미로운 내용이 있어 나의 언어로 정리를 해 둔다.


몸과 마음은 분리되지 않고 함께 간다. 그리고 몸은 마음이 가는 데로 움직인다. 몸을 자동차라고 치면 마음은 운전자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마음은 두 가지의 대표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첫째, 마음은 항상 어딘가에 가 있다.

마음이 어디에 가 있냐에 따라 우리는 편안함을 느끼기도 하고 괴롭고 힘든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마음이 가는 그 어딘가는 ‘과거나 미래’ 그리고 ‘현재’인데 마음이 ‘과거나 미래’에 가 있으면 괴롭고 힘든 상황에 쉽게 빠지지만 ‘현재’에 있으면 편안하고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마음이 현재에 있다는 것은 지금 대화를 하는 상대방에게 집중한다거나 볼펜을 든다면 그 드는 행위에 집중하는 것을 말한다. 인간의 뇌는 반복적이고 익숙한 것은 ‘스키마’라 하여 통합하고 조직화하여 자동화시켜버리는 시스템이 있어 부지불식간에 처리해 버린다. 그래서 몸은 현재의 어떤 일을 처리하더라도 마음은 ‘과거나 미래’에 가 있을 수 있다. 또한 마음은 한 번에 한 곳에만 갈 수 있다. 동시에 두 곳에 있을 수는 없기에 마음이 과거나 미래에 가 있다면 현재에는 마음이 없게 된다.


둘째, 마음은 어느 쪽으로 가든 그곳으로 길을 낸다.

마음이 자주 머무는 곳이 어디든 간에 그곳으로 마음의 길이 생긴다. 과거나 미래의 일에 마음이 자주 가 있는 사람은 지금 어떤 일을 하다가도 어느덧 마음은 그곳에 가 있는 경우를 보게 된다. 마음을 내버려 두면 전적으로 현재에 머무는 경우가 많지 않다. 마음이 주로 과거에 머무는 경우는 나쁜 기억들이나 후회스러운 일들이 떠오르고, 미래로 가게 되면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좋은 추억이나 미래의 희망 같은 것도 있다지만 그것도 그리 좋은 것은 아닌데 그를 통해 현재를 회피하려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나 회사가 아닌 개인에게는 계획이라는 것도 그리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자칫 현재를 벗어나 미래로의 도피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국민 MC 유재석이 자신은 현재에 최선을 다할 뿐이지 목표나 꿈이 없고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과거와 미래’는 우리의 머릿속에만 있는 것이고 실재하는 것은 오직 ‘현재’ 뿐이다. 마음은 현재에 있을 때 강한 집중력과 긍정의 에너지가 생겨나고 세상의 순리와 이치를 알게 된다.


다음은 생각을 생각해 보자.

우리는 생각을 내가 한다고 여기지만 사실 생각은 저절로 떠오르는 것이다. 당장 증명할 수도 있는데 눈을 감고 무언가를 생각하겠노라 해보자.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생각은 나도 모르게 봄날 아지랑이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속성이 있다. 그럼 그 생각의 원천은 어디일까? 지금껏 살아오면서 우리의 감각으로 수용했던 모든 것들이 담겨 있는 거대한 기억의 저장소 같은 곳이다. 까르마로 부른다. 우리의 감각기관을 통해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감촉으로 느끼고 생각을 통해 생각을 짓는 것으로 개인의 저장소마다 가득 담겨 있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가리지 않고 마구마구 저장되어 있다. 여기서 쾌와 불쾌가 나오는데 과거 좋았던 경험은 순식간에 끌리고 안 좋았던 경험은 바로 거부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보는 것과 생각을 통해 생각을 짓는 것은 다른 감각들에 비해 더 많은 비중으로 저장된다.


우리의 마음을 평온하게 유지하려면 할 일이 있다. 지금껏 저장소에 담긴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제부터라도 내가 원치 않는 것은 의식적으로 저장소에 넣지 않는 걸로 해야 한다. 좋고 긍정적인 것들로 채워 넣자는 말이다. 영화나 게임을 하더라도 좀비 영화나 잔인한 장면 등은 피하고 부정적이거나 나쁜 말은 거르는 등 나의 감각 입력장치를 통해 들어오는 것들을 내가 적당히 통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훈련 방식을 추천한다.


첫째, 100% 현재에 집중하는 훈련이다.

세상 사물이나 사람을 대할 때 100%로 대하는 훈련을 해 보자. 대화 중에는 상대방에게 집중하고 컵을 보면 컵에 집중하는 훈련이다. 컵의 모양을 보고 질감을 느껴보고 컵의 색을 느껴보는 등 눈앞의 것에 마음을 두고 보는 훈련이다.

둘째, 나의 몸과 마음의 움직임에 의식을 두고 보자.

손을 들 떼는 손을 드는 것을 알아차리고 내릴 때는 내리는 것을 아는 등 평소 나도 모르게 했던 행동들을 의식적으로 다시 보는 훈련이다. 설거지를 할 때는 오로지 설거지에 집중하는 마음이다. 보통은 귀찮다는 마음이 있겠지만 그를 벗어나 설거지 자체에 집중해 보는 것이다. 예전 요리학원 선생이 설거지를 취미로 한다는 말에 의아했던 적이 있었는데 일의 성격이 아니라 내가 그것을 어떻게 대하느냐는 마음이 문제인 것 같다.

셋째, 소리 안 내고 움직이는 훈련이다.

무언가를 집어 내려놓을 때 소리 안 나게 하는 것은 그것을 의식하며 느낀다는 것이다. 이처럼 소리 내지 않고 무언가를 잡거나 놓는 훈련은 마음이 대상에 가게 하는 좋은 훈련법이다.


알아차리기라는 말이 있다. 수행의 기본원리인데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수많은 행동들에 의식을 두는 것을 말한다. 이 모든 것이 생각을 줄이는 훈련들이다. 생각이 많다는 것은 내 마음이 과거나 미래, 현재를 왔다 갔다 하며 바쁘다는 의미이다. 그래서는 행복감을 느끼기가 어렵다. 현존한다는 말은 내 몸이 있는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이고 내 마음도 함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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