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하는 비행기에 매달려 있던 사람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아프가니스탄의 카불 공항에서 일어난 일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군 철수를 선언하자 일주일 만에 탈레반은 수도 카불까지 진출해 나라 전체를 장악한 모습이다. 많은 사람들이 탈출을 위해 공항으로 몰려들어 활주로에서 비행기와 함께 달려가는 모습을 보인다. 전 세계는 코로나로 기진맥진해 있는데 미얀마나 홍콩, 아프가니스탄의 정치상황을 보면 지금 내가 안전지대에 있음이 실감 난다. 그런데 뉴스에 보도되는 아프가니스탄의 아비규환의 상황을 보며 ‘수전 손택’을 떠올렸다. 그녀는 카메라와 사진이 생긴 이래 타인의 고통이 이미지화되고 그 이미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스펙터클한 유흥거리로 소비되고 마는 현대인의 무감각함을 지적했다. 사실이 그랬다. 미얀마의 군사 쿠데타 이후 처음에는 한국의 5.18과 오버랩되며 관심을 끄는 듯 보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군부의 지배를 기정 사실화하는 것 같아 보인다. 홍콩의 본국 송환법 제정 이후 불같이 일어났던 시민운동도 처음에는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중국을 비난하는 여론이 높았지만 많은 민주인사들이 투옥되고 시민사회단체들이 해산되면서 관심에서 멀어져 가는 양상을 보인다. 이번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자신들의 문제도 해결을 못하고 있는데 남의 나라에 신경 쓸 겨를이 있으려나 싶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 우리의 역사도 그랬다. 제국주의 시대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로 떨어질 때 태평양 지역의 국제적 합의는 필리핀을 미국이 식민지로 가져가는 것이었다. 헤이그 열사들이 만국평화회의 회의장 안에도 못 들어갔던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이해타산에 따라 움직이는 국제질서를 보여준다. 대체 우리 선조들은 얼마나 순진했던 것일까. 2차 대전 후 가장 큰 전쟁이었던 한국전쟁이 좀 특이하긴 했다. 16개국 UN연합군의 병력이 34만이었고(미군 30만), 의료지원, 민간 구호, 식량지원까지 포함하면 46개국이 유엔 결의에 따라 한국을 지원했던 경우이다. 그 후 어떤 전쟁이나 분쟁에서도 한국 전쟁처럼 많은 국가들이 인적 물적으로 지원한 경우가 없었던 걸 보면 한국은 하늘이 돕는 나라였나라는 생각도 든다.
스마트 폰의 출현 이후 현기증이 날 정도로 많은 사진과 영상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그중에는 타인들의 고통을 찍은 사진들도 숱하게 올라오지만 그를 보는 사람들은 점점 무감각해지고 있다. 그냥 내가 아니어서 다행 정도로 인식하고 만다. 수전 손텍은 그런 이미지를 가리켜 현실을 가리는 거짓이라고 말한다. 비행기를 붙잡고서라도 그 나라를 탈출하고자 하는 절박함이 하나의 영상으로 비칠 때 우리는 할리우드 영화의 익숙한 장면을 본 듯 하나의 스펙터클한 영상을 소비하고 만 것이다. 그 이상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최초의 우주비행사인 가가린은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에는 국경이 안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엄연히 나라마다 국경이 존재하고 있고, 그 국경은 너와 나를 가르는 기준이 되며 그것은 나와 같은 감정, 같은 고통을 느끼는 한 인간을 죽여도 되는 당위성이 되기도 한다. 비행기에 매달린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엑소더스를 보며 드는 생각은 나 역시 타인의 고통을 하나의 이미지로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미지는 현실을 비추지만 그것은 가짜 현실이다. 그 이미지가 현실이 되는 순간은 타인의 고통에 내 가슴이 저려올 때이다. 그리고 그 순간 세상은 변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