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9. 제안 정도는 할 수 있겠지

by 장용범

지금 눈앞에 없는 사람이나 일어나지 않은 일은 머릿속에 두지 않도록 하세요. 우리는 현재에 집중할 때 행복해집니다. <전현수의 마음테라피>


함께 근무했던 직원과 점식 식사를 함께 했다. 최근 설계사 영업조직의 급격한 위축을 두고 화제는 자연스레 작년 우리가 사내벤처에 공모했던 대리점 설립 이슈로 넘어갔다. 만일 그 아이디어를 회사가 수용했더라면 지금처럼 설계사 영업조직이 급격히 이탈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까. 코로나의 상황에서 쉽지는 않았겠지만 지금보다는 낫지 않았을까 정도로 대화를 마무리지었다. 다시 한번 시도해보면 어떠냐고 묻기에 이젠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다지 아쉬움은 없고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도 든다. 불과 1년 사이지만 상황은 더욱 어렵게 변해가고 있다. 만일 사내벤처를 만든다고 뛰어들었다면 보람은 있었겠지만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조직은 규모가 커질수록 보수화되고 모험을 회피하는 성향으로 바뀌어 간다. 게다가 부서 간 벽을 높이 쌓아 실리보다는 형식과 절차가 중요시되는 조직으로 변모한다. 그래서 큰 조직에서는 새로운 시도보다는 기존 질서를 유지하는 안정 쪽으로 흐르기 쉽다. 하지만 시대가 급변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기존의 안정적인 영업기반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이제야 작년에 사내벤처로 진행하려 했던 대리점 설립 안이 외부 컨설팅 결과로 나오는 걸 보면 나의 방향이 맞았다는 생각은 들지만 지금은 또 그때와 사정이 많이 달라져 있다. 이제 시장은 부담스러운 영업조직을 품고 가기보다는 제조와 판매를 분리하는 제판 분리 쪽으로 흐르는 것 같고 이는 쿠팡이나 마켓컬리 처럼 보험영업 부문도 고객 데이터 기반의 플랫폼 사업이 더 미래지향적일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나에게는 자기 객관화가 좀 필요하다. 남은 직장생활 1년 4개월, 새로운 사업 제안이 채택된다는 보장도 없지만 채택된다고 해도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비즈니스를 부서 간의 숱한 이견들을 조율해가며 추진하는 게 과연 현명한 일일까. 그럼에도 시도는 해보자. 아무도 나에게 요구한 적은 없지만 새로운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회사의 미래 먹거리를 한 번 제안해 볼 참이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제안은 나의 몫, 수용 여부는 경영진의 몫이라고 구분해 보면 이번 일도 간단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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