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공항에 왔다. 아버님 생신을 맞아 부산에 가기 위함이다. 너무 일찍 온 탓에 시간이 많이 남았다. 시간을 좀 당기려 하니 가격이 배 이상 차이가 나 그냥 두 시간 정도 공항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요즘은 사람 많은 곳은 일부러 피하는 편이라 잠시 생각하다 국제선 청사로 가기 위해 공항 순환버스에 올랐다. 그곳은 분명 조용하고 사람도 없을 것 같아서다. 역시 내 판단이 맞았는데 깔끔한 국제선 청사는 조용한 가운데 몇몇 사람들이 편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시간 여유도 있어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공항이란 단지 비행기 탑승만 하는 곳이 아니라 그 자체도 좋은 여행거리가 된다. 코로나 이후는 뜸했지만 가끔 공항엘 가서 뭔가 기분 좋은 기운을 받고 올 때가 있다.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순간은 약간의 들뜬 마음이 있고 그런 분위기의 공항은 언제나 기분 좋은 장소이기도 하다.
좀 오래된 일이지만 처음 해외여행을 나갔을 때 경유지였던 싱가포르 창이 공항이 인상 깊었다. 무엇보다 동남아의 허브 공항 격인 창이 공항은 인종의 다채로움이 남달랐다. 머리에 터번을 썼던 인도인부터 아프리카계 흑인들, 차도르를 두른 이슬람 여성들부터 서양 백인들에 이르기까지 온갖 인종들의 집합소 같았다. 특이했던 것은 내가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반나절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 시간 동안 무료로 싱가포르 시내 관광을 시켜준 일이다. 창이 공항은 단순히 비행기를 타기 위한 곳이 아니라 싱가포르를 홍보하기 위한 거대한 시스템이기도 했다.
다음으로 기억나는 공항은 북경의 서두우 공항이다. 일단 크다는 것외에 뭔지 모르게 경직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산국가 중국에 첫 발을 들인 때문인지 괜히 주눅이 들기도 했는데 공항의 인상이 북경에 들어가는 외국인에게 따뜻한 환대를 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하지만 같은 중국이지만 상해 푸동 공항은 무척 활력이 있었는데 권력의 중심지와 경제의 중심지가 이토록 다른 느낌인가 싶었다.
우리에게도 인천공항이 생겼고 지금은 전 세계 공항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고 있지만 공항은 언제나 그 나라나 도시의 첫인상을 결정짓게 한다. 공항은 언제나 떠남의 설렘을 안겨주는 곳이지만 국제선 청사의 어두운 시설들을 보니 코로나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비행기를 타지 않으면 외국에 나갈 수 없는 우리의 처지에서 공항의 적막감은 어쩐지 세상과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