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4. 나의 적정한 지점을 안다는 것

by 장용범

인생 조언을 듣다 보면 서로 상반된 경우가 많다. 심사숙고하라는 말이 있는가 하면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말도 있다. 아는 게 힘이라는 말도 있지만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도 있다. 이렇듯 조언이란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기에 무엇이 맞다고 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김경일 교수의 강의를 듣던 중 의사결정의 방식에 ‘심사숙고’와 ‘직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심리학자들 중에도 어느 방식이 맞다 그르다에 논쟁이 있는 사안인가 보다. 그런데 어느 정도 결론은 난 것 같은데 정답이 있는 사안의 결정은 심사숙고하는 방식을 권하고 딱히 정답이 없는 사안은 직관으로 정하는 게 유용하더라고 한다. 그리보면 심사숙고할 것인지, 직관으로 결정할 지도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해야겠다.


“나는 가진 게 없다면 90% 이상의 확률이 아니면 투자하지 않겠어요” 법륜 스님의 말씀이다. 웬만하면 투자하지 말라는 뜻이지만 투자를 통해 돈을 벌려는 궁극적인 목표는 인생의 자유와 행복인데 그리 넉넉하지도 않은 사람이 투자하다가 쪽박을 찰 위험을 경계하라는 의미였다. 스님이 제시한 투자의 세 가지 원칙은 이러하다.

첫째, 자본이 많으면 이 돈은 버려도 된다는 마음

둘째, 자본이 없으면 확률이 아주 높은 곳에 투자

셋째, 자본이 없으면서 대박을 노리면 쪽박도 각오

스님이 투자의 원칙까지 제시할 정도이니 대중들의 질문 범위가 참 광범위하긴 하다. 그런데 저 말씀은 비단 투자에만 적용될 사안이 아니다. 보통 자본이라 하면 사람들은 돈을 생각하지만 사실 자본에는 돈 외에도 시간과 사람이라는 것도 있다. 시간이 많은 사람에게는 취미나 소일거리도 괜찮지만 시험일이 얼마 남지 않은 수험생이라면 아주 효율적으로 시간을 써야 한다. 시간도 얼마 없으면서 출제문제 찍기식 공부를 하면 낙제의 각오도 해야 하는 법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활동기인 직장생활 중에는 주변에 사람들이 늘 있지만 은퇴를 한 경우라면 사람이 귀하게 된다. 이럴 땐 확실한 몇몇 사람들만 잘 챙기면 된다. 정작 중요한 것은 나의 상황에 대한 자기 인식이라고 본다. 내가 가진 자산의 성격이 무엇인지 그 자산은 충분한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은 여기서도 적용된다. 내가 무엇을 가졌는지 얼마나 가졌는지도 모르면 시간을 들여야 할 일을 돈으로 해결하려 하고 가까운 사람을 챙겨야 하는데 여러 사람 챙기느라 정작 중요한 사람을 놓치는 경우도 생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자신의 적정한 지점을 안다는 것’이란 말은 그래서 중요하다. 사람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니 각자는 각자에 맞는 투자를 해야 한다. 그 투자로 내가 얻을 바는 돈과 시간, 사람들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수단이고 궁극적으로 내가 얻고자 하는 바는 삶의 자유와 행복이다. 수단 때문에 궁극적 목표를 잃는 어리석음을 경계해야 한다. 나의 적정 소비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내가 수용할 수 있는 인간관계는 어디까지인지, 내 인생의 남은 시간들을 감안할 때 가장 만족도 높게 시간을 보내는 법은 무엇인지 심사숙고 때로는 직관을 통해 결정하자. 왜? 내 삶의 궁극적인 ‘자유와 행복’을 위해서다. 그게 아니라면 내가 추구하는 돈과 시간, 주변 사람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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