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건 목표를 자연스럽게 내면화시키는 삶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내면화라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정해진 방식이기도 하다. 학생은 공부를 해야 하고 대학을 마칠 즈음이면 취직을, 결혼을, 지동차와 내 집 마련 등등. 이것을 정해진 시기에 해야 한다는 사회의 암묵적인 시선이 있다 보니 그 시기에 그 지점에 도달하지 못하면 낙오자 또는 잉여인간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스레 목표 지향적인 삶을 살게 되는데 그 목표라는 것이 스스로 정한다기보다는 한 단계를 올라서면 내가 선택할 여지도 없이 눈앞에 미리 놓여 있는 것 같다.
올해 대학 4학년인 아이가 한 학기를 남겨두고 휴학을 한다고 했을 때 이해는 되었지만 굳이 대학이라는 지나는 과정에서 제자리걸음을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견을 내었다. 그런데 4년의 대학생활 가운데 2년은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었고 취업을 위한 자격증 준비를 위해 소속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에는 공감이 되었다. 다만 시험을 준비하되 기간은 정하라고 했다. 시험이 되든 안 되든 약속한 기한이 지나면 미련 없이 털어버리라고 말이다. 아무리 좋은 스펙이라도 그것을 얻기 위한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으면 직업이 취준생인 사람들을 숱하게 봤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확답을 받고서야 휴학에 동의를 했다.
어리석은 자는 방황하고 현명한 자는 여행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여행지에서의 방황과 여행은 외견상 차이가 없다. 똑같이 돌아다니고 구경하고 현지에서 쉬는 생활이다. 그런데 무엇이 방황과 여행을 구분하는 것일까. 이는 몸과 마음이 함께 있는지 여부이다. 에메랄드 빛 해안가에서 파도소리를 듣더라도 여행을 하는 사람은 그 자체를 즐기지만 방황하는 사람의 머릿속은 이런저런 생각으로 복잡한 사람이다. 지금 눈앞에 있지 않은 사람이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면 머릿속에 두지 않는 게 현재를 사는 방법이다.
최근 목표 없는 삶을 지향하고 있다. 그렇다고 목표 없는 삶이 방황하는 삶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목표 없는 삶이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지금 이대로도 좋은 삶을 말한다. 핵심은 지금 이대로도 좋은 삶이다. 언젠가 가족들과 막걸리 잔을 부딪치며 “우리 가족 지금 이대로”라고 했더니 아내가 상당히 괜찮은 멘트라고 했다. 그렇다고 목표 없는 삶이 어영부영 사는 삶도 아니다. 스펙을 위한 자격시험을 공부하더라도 마음이 자격 취득에 가 있지 않고 오로지 지금 보고 있는 책장에 가 있는 삶이 내가 생각하는 목표 없는 삶의 일면이다. 이에 대해 법륜 스님이 멋진 조언을 해 주신다.
“인생을 열어놓고 살아야지 ‘이래야 된다’, ‘저래야 된다’ 이렇게 생각하고 살면 그렇게 안 됐을 때 괴로워집니다. 그래서 제가 처음부터 이대로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지금 이대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삶이 내가 지향하는 목표 없는 삶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