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9. 이슬람 히잡을 쓴 한국인

by 장용범

뜬금없는 뉴스를 보았다. 공군 수송기가 아프간인 390명을 태우고 한국으로 올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날로 혼란스러워지는 현지 사정을 아는 터라 생각보다 많은 인원을 데려온다는 정도로만 알았다. 그리고 철수 마지막까지 남은 교민 한 명을 설득하느라 대사관 직원 세 명이 남았다는 소식에는 ‘그 사람 참 대단하네. 당장 죽을지도 모르는데 재산 때문에 그 위험한 곳에 남겠다고 고집을 피우나 보다’ 정도로 여겼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게 대단한 성과였다.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간 현지에서 한국을 도왔던 현지인과 그 가족들을 탈출시키는 일은 우리가 몰랐던 군사작전이었던 것이다. 공항까지 들어오기까지 비상연락망을 가동하여 집결시켰고 마지막까지 남았던 사업가의 사업장이 사실은 그들이 임시로 머물렀던 장소임이 드러났다. 수송기에 언제 날아들지 모르는 지대공 미사일과 탈레반의 검문소 감시를 뚫고 390명을 이송할 수 있었다는 게 작전명 그대로 ‘미라클’이었던 셈이다. 다른 나라들은 현지인 협력자는 물론 자국민도 탈출시키지 못한 상황도 있어 철수시한이 지나면 탈레반의 좋은 인질 처지에 놓일 것도 같다. 한국의 수송기가 탈출한 지 하루 만에 공항 근처에서 폭탄테러까지 일어난 걸로 보면 현지 상황이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짐작이 간다. 불과 며칠 상간에 일어난 작전의 전모를 알게 되니 새삼 우리의 대처능력이 상당히 빠르다는 느낌을 받았고 자긍심도 가진다.


그런데 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아프간 사람들을 보며 드는 생각이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외국인들이 이 땅에서 살고자 할 텐데 나는 그들과 함께 살아갈 준비가 되었을까 였다. 한국은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저출산 국가이며 고령화가 빠른 나라이다. 100년 후에는 서울 인구가 4분의 1이 될 정도라고 하니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그 빈자리를 외국인들이 채워가는 대한민국을 상상해 본다. 그들이 아래 직원이거나 동료일 때는 모르겠지만 외국인 노동자를 상사로 모시고 근무하는 환경을 생각해 보면 느낌이 되게 이상할 것 같다. 한국인이 미국에서 겪는 인종차별에 분개하듯 그들은 이 땅에서 받을 차별을 문제 삼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 이런 상황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 바로 건설 현장에서다. 건설은 공정에 따라 인력이 투입되는데 젊은 한국인들이 3D 업종이라 기피하는 사이에 그 분야는 급격히 외국인 노동자로 채워지더니 이제는 외국인 노동자가 반장이 되기도 하고 그 밑에서 한국인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었을 때 한국인들은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쉽지 않은 문제이다.


그러면 외국인 노동자를 받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이웃 일본처럼 활력이 떨어진 국가가 될지도 모른다. 일본은 순혈주의 성격이 강해 이민을 잘 받지도 않고 차별도 심해 외국인이 그 속에서 살아가기가 힘들다고 한다. 만일 일본이 인구 고령화로 접어들 즈음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폈다면 예전처럼 경제나 사회의 활력이 유지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도 일본 못지않게 외국인 차별이 심한 나라이다. 단일민족이라는 교육을 오랫동안 받아서인지 우리라는 의식이 강하다. 저출산 고령화의 한국이 개방적인 이민정책을 펴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누리고자 한다면 대안은 하나다. 바로 북한과의 교류와 협력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히잡 쓴 사람들을 보며 외국인들이 한국 사회에 점점 더 퍼져 나갔을 때의 미래를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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