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7. 험난한 러시아어 배우기

by 장용범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일은 일단 흥미로 시작하지만 좀 더 들어 갈수록 좌절을 경험하는 것 같다. 대륙 여행이라는 꿈을 품고 호기롭게 시작한 러시아어지만 만만치 않은 언어 규칙에 진도가 영 시원찮다. 게다가 영어나 일본어, 중국어처럼 주위에서 자주 접하는 언어도 아니다 보니 더 낯설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영어의 알파벳에 해당하는 키릴 문자는 생김새는 영어와 비슷하지만 몇몇 문자는 발음이 영 다른 경우도 있는데 그건 그렇다 치고 고유명사에 들어서도 용법에 따라 어미가 달라질 정도로 다채롭게 변해가는 격변화에는 눈이 돌 지경이다. 러시아 사람들이 정말 이리도 복잡한 격변화에 맞춰 언어를 구사하는지 의문이 들지만 아무튼 지금 나의 러시아어 공부가 별 진척 없이 제자리에 맴도는 것 같아 다소 답답함이 있다. 자꾸 벽에 부닥치니 안 하게 되고, 안 하니 더 진척이 없다. 이럴 땐 일단 진도라도 나가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그런데 외국어라는 게 원래 그런 것 아니던가. 일단 낯선 문자와 말이고 나와 한참을 벗어난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소통하는 수단이다. 애당초 그것을 배우는 일이 수월하리라 여긴 내가 착각인 게지. 중국어를 처음 배울 때도 네 가지 성조 때문에 애를 먹었다. 지금도 성조에는 영 자신이 없는데 스스로 위로하기로는 현지에 가면 웬만큼 통한다는 근거 없는 믿음이 있다. 나의 러시아어 배우는 문제점을 곱씹어 보니 영어와 자꾸 비교하려 하고 그 다름에 스스로 짜증을 내는 것 같다. 이건 완전 다른 언어이니 있는 그대로 수용해야 하는데 내가 익숙한 것과 비교하려는 마음이 크지 않았나 싶다. 살다 보면 비판 없이 수용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그건 내가 어쩔 수 없는 것들인데 특히 언어가 그런 것 같다. 이걸 왜 이렇게 복잡하게 쓰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그렇게 쓴다는 데야 별 재간이 없다. 이런 경우엔 그냥 마음 편하게 다르네라고 받아들이는 방법이 최선이지만 이내 내가 익숙한 것과 비교하게 되고 그러면 또 답답한 마음이 일어난다.


러시아어를 배우며 익숙함을 벗어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체감을 하고 있다. 익숙함은 반복에서 나왔고 그로 인해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변화란 그 익숙함을 벗어나는 행위이다. 나의 러시아어 공부가 어떤 결론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익숙한 언어에서 벗어나 그 언어의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고 적응해 갈 때 지금보다는 조금 나은 모습이 되어 있을 것 같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은 적응하는 것이 최선이다. 외국어는 어려워서 못 배우는 게 아니라 익숙한 언어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못 배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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