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다가 통계학을 공부하는 딸아이가 낮에 익힌 흥미로운 내용이라며 베이즈 정리에 대해 알려 주었다. 예전부터 듣긴 했지만 정확한 개념은 몰랐는데 내용을 대강 듣고 보니 이래서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연구에 쓰이는구나 싶었다. 아이들이 20대가 되면서 대화의 주제가 무척 다양해졌다. 한창 공부를 할 때라 어떤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면 내가 알고 있는 것으로 가세를 하고 그러다 가끔 논쟁도 붙는 재미난 풍경이 연출된다. 좋은 면도 있지만 많은 경우 아직 논리력이나 경험이 부족한 아이들이 내 주장에 밀리는 경우가 많아 결론은 대부분 ‘꼭 그렇게 딸에게 이겨야겠냐’ 거나 ‘또 아빠 강의 들었다’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아이들과 논쟁이 된다는 자체가 흥미롭고 즐거운 일이긴 하다.
지난번 부산에 갔을 때도 동생네와 저녁을 먹다가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면 술부터 배운다는 것으로 대화를 이어갔는데 제수씨가 웃으며 ‘아주버님, 예전에 하셨던 말씀이세요’라기에 멋쩍었던 적이 있다. 요즘 생각하기에 스스로 말이 좀 많아졌나 싶기도 하다. 나도 모르게 꼰대 씨가 되어가는 것 같다. 고장 난 녹음기처럼 했던 말을 하고 또 하는 경우가 있는데 듣는 사람에게는 분명 피곤한 일이긴 하다. 그래서 스스로 하나의 지침을 가져 보기로 한다. 어떤 말을 할 때 이 말은 내가 했었을 수도 있다는 자기 필터링을 하나 거치는 걸로 말이다. 적어도 했던 말 또 하는 멍청한 상황은 좀 벗어나지 않을까 한다. 말은 나와 상대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면 가급적 침묵하는 게 낫다. 이렇듯 말을 좀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생활 속에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정리해 본다.
우선 자기 인식이 좀 필요하다. 말을 하면서도 내가 지금 말이 좀 많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말은 습관적으로 나가게 되고 말하고 나서 후회하는 경우가 생긴다. 나도 모르게 말했다는 경우가 이런 상황일 것이다. 나이 들수록 스스로의 말문을 잘 통제해야 한다. 특히 가까운 사람들에게 말로써 상처 주는 경우가 많은데 가까울수록 남을 대하듯 예의를 차리는 것이 좀 필요하다.
다음은 침묵을 즐길 수 있어야겠다. 두 사람이 대화할 때 갑자기 말이 없으면 어색한 상황이 되어 억지로 말을 하려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면 이상하게 헛말이 나오게 되고 말하고 나서 후회하는 경우도 생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가급적 나와 상대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말로 하고, 상대가 말을 할 땐 듣고, 서로 할 말이 없을 땐 침묵의 시간을 즐기는 것으로 대화를 이어가 보자. 특히 나의 말은 나와 상대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말로 하겠다는 원칙만 세워도 말은 적절히 조절될 것 같다. 요즘 들어 말하기를 다시 배워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