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8.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지

by 장용범

‘인생은 선택이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면 된다.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 하고, 갚기 싫으면 아무리 어려워도 빚을 져선 안 된다. 사람의 괴로움은 돈은 빌리고 싶고 갚기는 싫을 때 일어난다. 하지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이 말은 입버릇처럼 듣게 되는 법륜 스님의 인연 과보에 대한 말씀이다. 최근 야당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를 공격하던 개발 이슈가 거꾸로 개발업체의 직원이던 소속 국회의원 아들이 퇴직금으로 50억 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내놓은 변명은 30대 아들이 귀에 이명이 생길 정도로 열심히 일했고 회사의 성과급이라고 했다. 차라리 말을 말지. 회계 감사 보고서에 전체 직원들 퇴직 충당금이 14억 정도인데 30대 대리가 퇴직하는데 50억을 준다는 게 이상해도 한참 이상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보고 퍼뜩 떠 오르는 말이 스님의 인생은 선택이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라는 말씀이었다. 누가 봐도 국회의원이 직접 뇌물 받기가 어려우니 아들을 직원으로 취업시키고 개발이익을 퇴직금 명목으로 챙긴 사건이다. 대개 이런 사건들의 공통점이 있다. 자신들은 잘못이 없다며 남의 탓을 한다. 분명 잘못된 일임을 본인도 알 것이다. 나는 지금 저 의원의 마음이 얼마나 괴로울까 싶다. 스님의 말씀처럼 돈은 빌렸는데 갚기는 싫어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는 형국이다. 한편으론 그 일이 남들 모르게 영원한 비밀로 남으리라 생각했다는 게 참 어리석어 보인다. 어떤 선택을 할 땐 그에 따른 책임도 따라온다. 그 책임을 지기 싫으면 아무리 하고 싶어도 해선 안 된다.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 나만은 예외라고 생각하지 말자. 인생을 현명하게 사는 법은 스스로 손해 볼 일은 않고 사는 것이다. 붓다의 가르침은 그 음식에 쥐약 들었다는 것만 알려줄 뿐, 먹고 안 먹고는 본인의 선택으로 남겨 두었다. 인생은 자기 책임하에 살아야 하니까.


요즘 대부분의 인력구조는 정규직과 계약직이 함께 근무한다. 20년 정도 된 일이다. 보험사고 심사역으로 근무하는 대졸 계약직 직원이 있었다. 업무면에서는 그럭저럭 해내었지만 평소 직장 내 고졸 정규직과 대졸 계약직의 차별에 대해 수시로 불평하는 직원이었다. 게다가 일을 잘하는 다른 계약직 직원에게는 필요 이상으로 열심히 한다는 등 분위기를 저해하는 소리를 하는 다소 피곤한 직원이었다. 하루는 저녁 자리를 심사역들과 가졌는데 그 자리에서도 정규직과 계약직의 차별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했다. 그 당시엔 나도 더 이상 참기 어려워 가시 같은 말을 뱉고 말았다. ‘그런 당신은 왜 정규직이 되지 못했나. 당신이 비난하는 그들이 상고를 졸업하고 정규직으로 회사에 입사할 때, 당신은 대학에 다녔고 졸업 후 다른 정규직 자리를 잡지 못해 계약직으로 이곳에 온 게 아니더냐’. 졸지에 그날 저녁 술자리는 싸해지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도 웬만하면 안 했어야 했던 말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대학을 졸업했는데 직장 내 비슷한 또래가 상고를 졸업하고 정규직으로 근무하는 현실을 배배 꼬여하는 그에게 더는 인내 할 수가 없었던 것 같다. 그건 그의 선택이었고 그에 대한 책임이었다. 남들이 상고를 갈 때 그는 대학을 갔고, 그들이 고졸로 입사 후 경력이 3-4년 쌓이는 동안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공채에 떨어져 계약직으로 입사했던 것이다. 나에겐 그의 태도가 대졸 정규직이 될 실력은 없으면서 고졸 정규직에 대해서는 정신승리를 하고 있는 모습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욕심은 무엇을 하겠다, 무엇이 되겠다가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대가는 지불 않으면서 원하는 것은 갖고 싶은 것이라 했다.


‘돈을 빌렸으면 갚아라. 갚기 싫으면 아무리 힘들어도 빌리지 마라’. 인생은 참 간단한 이치로 돌아가는 것 같은데 사람들은 돈은 빌려 놓고 갚지 않을 방법을 찾느라 괴로워하고 있다. 그 국회의원이 이런 담화를 내놓는 모습을 그려 보았다. “국민 여러분, 제가 돈에 눈이 멀어 뇌물을 우회적으로 받았습니다. 죗값을 달게 받겠습니다.” 하지만 늘 이런 기대를 충족시키는 사람은 없었다. 역시 우리는 어리석은 중생들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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