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제법 차다. 계절은 다시 가을로 접어드나 보다. 어릴 적 혼자서 놀던 놀이 가운데 개미 구경하기가 있었다. 줄지어 가는 개미를 보기도 하지만 과자 부스러기를 줬다가 그것을 좋다고 들고 가는 놈에게서 다시 뺏기도 해서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마치 내가 신의 위치에서 개미들의 일이나 운명을 다루는 것 같은 느낌이었나 보다. 머리로는 계절의 변화가 지구가 태양을 365일을 주기로 돌아가는 자연현상이란 것을 알지만 내 눈에는 그 모습이 보이지 않기에 그냥 갑자기 날씨가 선선해지는 계절 현상으로만 다가온다. 실체를 모르면 마치 저 하늘 위에서 인간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누군가가 지켜보면서 날씨를 데웠다가 식히기도 하고 바람을 일으키고 비를 내리게 하는 조화를 부린다고 여길 것이다. 안다는 것은 그래서 대단한 일이다. 똑같은 가뭄 현상을 두고 임금이 후궁에 빠져 하늘이 노하셨다고 여기는 사람과 대기의 순환으로 설명하는 사람은 같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를 6개월 정도 앞두다 보니 각 후보 진영의 신경전이 날카롭다. 야당의 이름으로 ‘화천 대유는 누구 겁니까?’라며 전국적으로 플래카드가 걸리더니 자기들 소속 국회의원의 비리가 연루된 정황을 보이자 급히 철거했는지 하루아침에 사라지기도 한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팩트와 가짜 뉴스의 진실공방이 벌어질지 생각하면 벌써부터 피곤을 느낀다. 어떤 사실은 안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못 아는 것은 더더욱 문제다. 가짜 뉴스가 끼치는 해악은 나중에 진실이 밝혀져도 정작 당사자는 피해를 고스란히 입은 뒤여서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지고 만다. 특히나 유튜브나 SNS의 발달로 사람들은 공영방송을 보는 경우보다 자신들이 선호하는 개인 방송에 심취하는 경우가 많아 가짜 뉴스의 폐해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가짜 뉴스는 가끔 큰 비극의 역사를 낳는다. 미군이 베트남 전쟁을 일으키게 한 통킹만 사건은 베트콩이 미군 경비정을 공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나중에 미국의 자작극이었음이 드러났고, 9.11 사태 이후 이라크를 생화학 무기를 가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는 사담 후세인을 제거한다는 목적으로 일으킨 전쟁에서는 실제로 생화학 무기는 없었고 전쟁 후 이라크의 유전 개발권을 미국 회사들이 독식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리고 역사시간에 배우기로는 2차 대전 중 우리의 독립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카이로 회담은 미국이 우리의 독립을 지지한 것으로 알았으나 사실은 달랐다. 루스벨트는 동북아내 영향력을 위해 조선은 자치능력이 없으니 40-50년간 신탁통치를 주장했고, 처칠은 일본보다 더 많은 식민지를 가진 입장에서 조선의 독립을 적극적으로 지지할 형편이 못 되었다. 유일하게 장개석이 조선의 독립을 지지했는데 이것도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신탁통치 명목으로 중국 옆에서 죽치고 있을 강대국들이 껄끄러웠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큰 선거를 앞두고 온갖 혼란스러운 뉴스들이 판을 칠 것 같다. 가짜 뉴스일수록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 가지 이슈가 떴다고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릴 게 아니라 정확한 팩트를 파악할 수 있는 객관적 시선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게 쉽지가 않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때를 생각해 보면 된다.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우리는 보통 이렇게 말한다. ‘정말?’, 누가 그래?’ 이것은 뉴스의 사실 여부와 원천을 찾는 행위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챙겨야 할 것은 그 소식을 전해주는 이의 신뢰성도 살펴야 한다. 자칫 논객이라며 대중의 조회수를 먹고사는 떠벌이일 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