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가 진출한 전 세계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현실이 낯설면서도 뿌듯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유튜브를 한 차례 휩쓴 후 블랙핑크, BTS에 이르기까지 가요계에 꾸준한 스타들이 이어지고 있고, 영화 ‘기생충’이나 ‘미나리’에서 보듯 우리 작품들이 다른 문화권에서도 어필된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가끔 7080의 팝송을 유튜브를 통해 듣는다. 익숙한 선율에 마음마저 평안함을 느끼는데 이들 음악은 감수성 예민한 10대 때 라디오를 통해 들었던 음악들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도 나오는 장면처럼 방송시간에 맞춰 공테이프를 준비해 카세트 녹음도 했고, 불법복제 테이프를 리어카에서 구입하던 시절이었다. 그런 시대를 지내왔던 나에게 세계가 한국의 문화와 작품에 주목하는 현상은 스스로 국뽕임을 자처할 만큼 뿌듯한 일이다.
넷플릭스는 앞으로도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한다. 비즈니스를 하는 다국적 기업으로 당연히 돈을 더 벌 수 있는 콘텐츠를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콘텐츠는 그들에게 좋은 수익구조를 안겨 주는 것 같다. 드라마 회당 제작 비용이 22억 원 정도라고 한다. 적은 금액이 아니다. 한국에서 이 정도면 최대의 드라마 제작비라 해도 될 것 같다. 그럼에도 그들에겐 저렴한 비용이라는데 다른 영미권 드라마는 회당 150억 원 이상을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한다. 이 정도 들이고도 그들에게는 수익이 된다는 뜻이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넷플릭스의 드라마를 보는 것일까. 문화는 가랑비에 옷이 젖듯 서서히 영향을 받게 된다. 지금도 나에게는 7080의 팝송이 편안하게 여겨지듯 한국의 BTS에 열광하고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자란 다른 나라의 10대들은 장차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인상을 가질 것 같다.
한편으로는 문화산업이란 것도 결국에는 자본에 종속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회당 22억이 드는 ‘오징어 게임’을 순수 국내 자본으로 제작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번 ‘오징어 게임’의 경우도 대본은 10년 전에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모두 제작을 거부당한 작품이었다. 비슷한 말을 ‘킹덤’의 김은희 작가도 했다.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는 벌써부터 있었지만 워낙 많은 제작비가 들 상황이라 엄두를 못 내었는데 넷플릭스라는 기업을 만나 실현 가능했다고 말이다. 이처럼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것을 구현할 자본과 배급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장되고 마는 것이 현실이다.
가끔 서양계 사람들이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본다. 이게 어색해 보이는 건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서양인의 멋지고 당당한 이미지가 나도 모르게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문화는 자연스레 자본이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를 지배하는 구조이다. 그런 면에서 지금은 한국의 작품이 미국의 자본을 만나 문화 지배력을 넓혀가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유튜브로 대변되는 개인 모빌리티 환경의 보급으로 개인도 쉽게 주목을 끌 수 있는 환경도 되었다. 어쩌면 백범 김구 선생의 우리가 세계적인 문화강국이 되길 바란다는 소원이 가시화되는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