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점에 우리나라의 가장 혁신적인 기업은 카카오가 아닐까 한다. 현 경영자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삼성이나 현대, SK 같은 대기업과는 달리 김범수라는 창업자가 있고 당대에 대기업의 반열까지 오른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기업이 또 하나 있긴 하다. 바로 미래에셋이다. 이 회사도 박현주라는 창업자가 기업을 설립했고 역시 국내의 큰 금융회사로 성장시킨 경우이다. 미래에셋은 한국의 외환위기라는 모멘텀이 있었고 이미 좀 지난 일이지만 카카오는 불과 10년 사이에 어떤 과정을 거쳤기에 지금처럼 대기업이 된 것일까?
2010년 처음 스마트 폰을 샀을 때 주변으로 부터 카카오톡을 깔라는 말을 들었다. 그게 뭐냐고 묻자 공짜로 문자를 보낼 수 있는 앱이라고 했다. 앱이라는 말도 생소했지만 당시에는 휴대폰 문자 메시지에 건당 얼마라는 식으로 가격이 책정되어 있던 때라 설치를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외국에 나가서도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었고 나중에는 공짜로 음성이나 화상 통화까지 가능하게 되었다. 이제는 휴대폰이 있는 국민은 거의 모두가 카카오톡에 가입하고 있다. 당시에는 카카오라는 기업이 참 착한 기업으로 여겨졌다. 좋은 문자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해 주니 얼마나 고마운 기업이겠는가. 기득권자인 KT와 소송이 붙은 것도 기억난다. 결국 카카오가 승소했지만 당시 모든 국민이 카카오를 응원했던 것 같다.
아무리 좋은 일을 해도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모든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했던 카카오도 처음에는 상당한 적자를 보았지만 이후 새로운 투자를 받고 애니팡이라는 게임 이후 흑자로 돌아서게 되었다. 카카오의 자산은 무엇일까? 휴대폰 있는 전 국민이 가입하고 있다는 사실이고 그들의 막대한 데이터이다. ‘일단 사람들을 모아라. 사업은 그다음에 고민하자’는 것이 플랫폼 기업의 사업 프로세스이다. 카카오도 가입자들의 데이터를 자신들의 서버에 모아 놓고는 서서히 사업을 펼치기 시작한다. 택시 한 대 없이 택시 사업도 하고 선물 전달 중개업도 한다. 그리고 작은 기업들의 인수와 합병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마침내 대기업의 반열까지 오르게 된다. 이제는 동네 상권을 위협하는 카카오의 횡포라며 소상인들의 저항을 받는 처지에 이르렀다. 어느 택시 기사는 카카오가 가진 막강한 힘을 이렇게 말했다. ‘카카오는 택시 콜을 분석하여 어느 집이 어느 시간대에 장사가 잘 되는지, 그 집이 팔고 있는 게 뭔지, 사람들은 지금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안다’며 카카오가 가진 빅 데이터의 위력을 설명했다. 개인의 데이터가 모이면 그렇게 큰 힘을 지니게 된다. 지금은 점포 하나 없이 은행과 보험업까지 진출해 금융의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카카오는 개인의 데이터가 돈이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간파하고는 무료 문자를 통해 전 국민의 데이터를 가진 거대 기업이 되었다.
카카오 사례를 통해 미래 통찰력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그럼 앞으로는 어떤 전망을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질문을 먼저 해야 한다. ‘대체 왜 전망하려는가’이다. 사업체를 만들려는 건지, 취업이나 진학을 위함인지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재미 삼아하는 건지 말이다. 어쩌면 미래 전망은 간단할 수도 있는데 주변을 잘 살피면 미래의 씨앗들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안전, 재미, 연결, 고령화, 비혼 등 여러 사회적 현상 속에서 미래의 모습을 어렴풋이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걸로 뭘 할 건지는 각자의 상황과 능력에 달린 문제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미래 전망이 아니라 먼저 나를 아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