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5. 영업을 잘하는 사람들

by 장용범

97년 IMF 사태가 일어나고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밀려났을 때 국내의 외국계 보험사는 대기업 출신의 우수한 인재들을 대거 유치할 수 있었다. 당시 외국계 보험사의 설계사가 되려면 세 단계의 면접 과정을 거쳤어야 했는데 지원자격이 어딘가 안정된 직장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설계사의 길로 들어서는 이유는 상한선이 없는 소득 때문이었다. 직장에서 받는 정해진 급여로는 만족을 못하겠고 그렇다고 자본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자신의 능력으로 최대한 벌 수 있는 직업을 찾다 보니 영업의 길로 들어선 사람들이 많았다. 보험 아줌마로 통하던 시장에 남성 설계사가 생겨나던 시기인데 그 시절 보험영업을 하던 사람들 중에는 억대 연봉자들이 꽤나 많았던 호시절이었다.


우리는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남자들은 서열에 대한 본능이 강해 나보다 위아래를 판단하는 데 익숙한 편이다. 그래서인지 보험영업을 하는 사람 중에는 외제차나 명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일종의 스스로에 가하는 멘탈 강화책 같은 것이다. 영업을 하다 보면 자존심 상하는 일들을 많이 겪는다. 고객을 만나러 가는데 회사 입구에서 제지를 당하고 통화를 하면 잡상인 취급하듯 함부로 대하는 상대를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일을 때려치우고 싶을 때가 많다. 사실 호기롭게 보험영업을 시작했지만 1년도 안 되어 그만두는 경우가 70% 가 넘을 것 같다. 3년 정도 지나면 거의 90% 이상이 그만두는 게 보험영업의 현실이다. 그런데 그 시기를 넘기면 이제는 영업외의 다른 일은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만다. 시간이 자유롭고 능력껏 버는 직업이라 소득의 상한선이 없으며 오라는 곳은 없어도 갈 곳은 많은 영업의 세계를 즐기게 된다.


어제 사적인 자리에서 보험영업을 한다는 ROTC 후배를 처음 만났다. 그 세계를 조금 아는지라 얼마나 근무했냐고 물으니 10년이 넘었다기에 대단하다며 그의 능력을 인정해 주었다. 보험 영업으로 10년을 넘겼다는 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오랫동안 영업 관리자로 있다 보니 영업을 처음 한다는 사람을 보면 이 사람이 얼마나 갈지 대강 예측이 된다. 특히 열정으로 영업일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오래 버티지 못했다. 고객의 거절을 몇 차례 당하다 보면 처음의 열정은 자연스레 식어가고 이 일은 자기에게 안 맞다며 이내 사직서를 제출한다. 반면 오래가는 사람들은 똑같은 영업의 습관을 미련하다 싶을 정도로 지켜가는 사람들이다. 매일 5명의 고객에게 전화를 하고 2명의 고객을 방문하기로 했다면 하루도 빠짐없이 그 일을 반복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을 보며 세상에는 훌륭한 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그 일을 훌륭하게 해 내는 사람이 있을 뿐이란 걸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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