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1. 없으면 만들어야지

by 장용범

사람이 건강하고 먹고사는 것이 해결되었다면 다음으로 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논어에는 ‘의식족의예지’라 하여 먹고사는 것이 해결되어야 ‘예’를 찾는다고 했다.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설에도 인간은 가장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나 안전의 욕구가 해결되어야 다음 단계의 욕구를 추구하게 된다고 했다. ‘생리적 욕구 > 안전의 욕구 > 애정, 소속의 욕구 > 인정, 존중의 욕구 > 자아실현의 욕구’는 한 번쯤은 들어 봤을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설이다. 지금은 애완견 키우기가 보편적이지만 이것도 15년 전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나에겐 아직 옷을 입었거나 유모차를 타고 다니는 강아지가 어색하게 여겨지지만 정작 그 주인들로부터는 가족처럼 대우받고 있음을 본다. 소득이 높아지면 애정의 대상으로 반려동물 시장이 급성장하는 것처럼 인간에게는 기본적인 욕구가 채워지면 다른 욕구가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 같다.


‘1인 창직’이라는 세미나를 듣고 있다. 주로 은퇴를 앞둔 분들이 듣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나를 받아 줄 직장이 없다면 내가 새로운 직업을 만든다는 취지이다. 창업이 기존의 업종 가운데 하나를 골라 뛰어드는 것이라면 창직은 세상에 없는 직업을 내가 만들어 처음으로 진출한다는 의미에서 다른 면이 있다. 직업의 이름은 내가 붙이기 나름이다. 고전평론가, 문명 연구가 등 ‘뭐지?’ 하는 직업도 있지만 정리수납전문가, 유품 정리사처럼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한 직업도 있다. 누군가 한 사람이 그 길을 가게 되면 다른 사람이 쫓아오고 그런 사람들이 여럿이면 사회의 보편적인 직업으로 인정받는 것 같다. 1인 창직 과정에 참여한 분들의 면면을 보면 생활이 아주 절박한 분들은 없는 것 같았다. 은퇴를 했거나 앞두고 있는 분들, 시간적 여유가 있는 주부들인 것 같은데 이런 분들은 왜 자신의 일을 찾고자 할까? 분명 어떤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돈벌이가 되면 좋겠지만 꼭 아니어도 그간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어딘가에 쏟아 존재감을 느끼고 싶은 이유도 있을 것 같다. 역시 사람은 먹고사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세미나를 진행하시는 분이 농담 삼아 금융권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아는 것은 많은데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자신도 은행 출신이라 주변을 둘러보면 대부분 그러하더라는 말씀이다.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다. 이미 은퇴하신 선배님들을 봐도 크게 별 하는 일 없이 시간을 소일하는 분들이 많았다. 금융권에 근무했다고 모두가 경제전문가나 증권 전문가들은 아니고 그냥 평범한 직장인들이다. 나는 은행원이나 증권맨들의 금융상품이나 경제지식을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 그들은 본사에서 주어진 영업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셀러들이고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자신의 고과나 급여에 영향을 받는 면에서 보험설계사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본다. 그러니 잊을만하면 고객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금융계의 불완전 판매 사태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 너는?’이라고 묻는다면 나도 마찬가지다. 금융권에 오래 근무했다는 것이 곧 금융전문가는 아니다. 오히려 나의 전문성은 영업조직 관리 경험을 통한 조직 구축과 관리, 마케팅 기획과 실행, 교육 등에 특화된 면이 있다. 여기에 읽고 쓰는 리터러시 활동을 좋아하니 이런 분야에서 범주를 잡아보면 나름 괜찮은 창직의 가능성이 보일 것 같다. 직장보다 상위 개념이 직업인데 직업이 없다면 만들어 보라는 세미나의 취지가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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