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 앞으론 뭐 하실 생각이십니까?
*오영수 : 지금껏 살아오면서 크든 작든 받은 게 많쟎아요? 이제는 좀 돌려줘야 할 때란 생각이 들어요.
<오징어 게임>의 78세 오영수 배우의 말에서 나를 돌아보게 된다. 혹시 지금 나의 허전함은 뭔가를 더 채우려는 데서 오는 것은 아닐까? 춘하추동 사계절이 있듯이 인생에도 때가 있고 그 때에 맞춰 살아가는 게 가장 어울리는 모습인데 나는 인생의 가을이라는 계절에 접어들면서 마음은 봄의 생동감을 추구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크든 작든 지금껏받은 게 많았으니 이제는 좀 돌려줘야 할 때라는 원로 배우의 말에서 내가 앞으로 살아갈 방향성 같은 것을 본다. 나 역시 크든 작든 세상과 사람으로부터 받은게 많은 사람이어서다. 가족들의 화목함, 30년 넘게 다닐 수 있었던 안정된 직장, 40대 중반의 늦은 나이에 연고 없는 서울에 올라왔지만 잘 지내고 있는 지금의 생활도 그렇다. 성향상 돌아다니기 좋아하는데 후반 20년 정도는 출장이 많았던 터라 전국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그 지역의 특색을 느낄 수 있었으니 무엇하나 감사하지 않은 일이 없다.
크든 작든 많이 받았다는 것은 현 상황을 긍정한다는 의미다. 언제나 부족하다 여기니 더 욕망하게 된다. 이미 충분히 받았고 이제는 돌려주어야 할 때임을 안다는 것은 지혜로운 자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다. 사람은 언제 허전해질까? 채워지지 않을 때이다. 그것이 물질이든, 다른 사람들의 애정이나 인정이든 채워지지 않을 때 허전함을 느낀다. 그런데 어느날 스스로를 돌아보니 이미 많은 것을 받았고 내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함께 있음을 알게 된다면 이제는 채우려는 마음을 좀 내려 놓아도 될 때이다.
원로 배우는 앞으로 하고 싶은 배역에 대해서 연극에서 ‘파우스트’역을 하고 싶다고 했다. 40대 때 한 번 했었던 역할인데 ‘파우스트’는 그 나이에는 아직 익지 않았던 연기였다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8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그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50년이 넘는 세월을 그리 알려지지 않은 배우로 살아오면서 이미 크든 작든 많이 받았으니 돌려 주어야 할 때라는 것과 그럼에도 자신의 일인 배우로서의 역할에 애정을 가진 그 분을 보며 사람의 허전함은 이미 받은 것에 감사할 줄 모르고 더 채우려는 욕망에서 비롯됨을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