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이 사라지면 경제시스템이 바뀌고 이는 정치체제의 변혁으로 이어집니다.” 인공지능 관련 세미나에서 뇌 과학자 김대식 교수가 인공지능으로 인류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에 대한 설명 중에 나온 말이었다. 노태우 정권 시절 캐치프레이즈가 ‘보통사람’이었다. 이후 꽤 많은 선거가 있었지만 중산층을 의미하는 ‘보통사람’만큼 성공적인 캐치프레이즈는 없었던 것 같다. 한국 경제는 유례없는 발전을 보였지만 그와 함께 중산층이 사라지는 계층 양극화도 급격히 진행되었다. 물론 세계적인 추세이긴 하지만 이런 현상이 가져올 미래가 어떠할지 우려도 된다. 코로나 이후 식당의 주문 키오스크는 더 자주 보게 되었고 온라인 쇼핑은 이제 오프라인을 대체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면 궁금해진다. 대체 그 일을 했던 사람들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그리고 내 자녀들은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게 될까? 평상시 품었던 이런 의문들에 대해 인류의 미래는 로마제국의 경제체제와 비슷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로마가 일은 노예가 하고 귀족이나 시민들은 한량같이 놀았던 것처럼 미래 인류도 일은 로봇이나 인공지능에 맡겨두고 인간도 그러할 것이라는 아주 긍정적인 미래 전망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을 못했는데 이번 김대식 교수의 강의를 통해 그럴듯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로마가 작은 도시 국가였을 때 군인은 시민군이었다. 그들은 경제주체인 농부이기도 하면서 군인이었는데 봄에 씨 뿌려 두고 전쟁터에 나가 돌아오면 추수를 할 시기였다. 당시 정치체제는 시민이 주체인 공화정이었는데 이 체제는 로마가 성장하면서 문제가 생기게 된다. 영토가 넓어지니 멀리 원정을 나가야 하고 군인들이 제때 돌아오지 못하니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어 농가가 망하게 된다. 이에 남아있던 가족들은 부자들에게 돈을 빌리고 재산을 팔아 그들의 생계를 유지해야 했는데 마지막엔 스스로 노예로 들어가기까지 한다. 오랜 시간이 지나 남자들이 전쟁터에서 돌아오니 가진 재산은 없어졌고 가족들은 노예로 들어가 있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져 있었다. 하지만 국가는 전쟁의 승리로 수천만의 노예들이 생겨 노동력은 넘쳐나고 세넥스라 불리던 부자들은 더 큰 부자가 되었지만 중산층들은 몰락해 갔다. 이 결과 민주주의인 공화정은 붕괴되고 황제와 귀족, 부자들이 지배하는 제국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당시 남아있던 중산층의 실업률은 거의 80% 수준이었나 보다. 그들은 노동력에서는 노예보다 못하고 가진 것은 부자보다 못했다. 이에 국가는 시민들에게 무상으로 돈을 주어 먹고는 살게 하고 정치체제의 안정을 위해 그들의 관심을 오락으로 돌린다. 원형경기장, 대중목욕탕 등 지금도 남아있는 당시의 로마 유적들이다. 대략 이런 이야기였다.
로마제국을 통해 한국의 미래를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로마시대 노예에 해당하는 일은 이주 노동자나 로봇, 인공지능이 할 것이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실업자군에 포함된다. 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국가는 ‘기본소득제’를 도입하여 매월 일정한 급여를 지급하고 공공재를 확대해 그들의 남는 시간을 활용하도록 한다. 재벌들과 극소수 엘리트들은 사회의 상류층을 형성하여 체제를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만 진입 장벽은 더욱 높여갈 것이다. 아무런 일을 않더라도 기본적인 수준에서 먹고는 살겠지만 더 높은 계층 진입은 불가능한 사회가 될 것 같은데 이런 사회에서 대다수의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냥 내 생각이지만 영화, 스포츠, 게임 등 오락산업이 급격히 성장하고 일부 공부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공공재를 통해 배우는 기회를 더 가질 것이다. 자칫 정신적 공허로 마약이나 향락에 빠질 수도 있고, 소확행이라 하여 작지만 가진 것에서 만족하자는 주의로 흘러갈 수도 있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실업률은 늘어날 것이고 중산층은 몰락하게 될 것이다. 살기 힘드니 결혼을 않게 되고 출산율 저하로 인구는 줄어든다. 한국 여성의 눈높이에 맞출 수 없는 남성들의 외국인 배우자를 맞이하는 비율이 높아질 수도 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이제 다민족 국가의 대한민국이 되어 기존의 정체성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달리 보면 이건 파라다이스일지도 모른다. 인류사의 대부분은 먹고살기에 급급했던 생존의 역사인데 의식주 기본이 해결되는 수준이니까? 그중 주택은 아니라고 할지도 모르겠으나 수도권과 대도시를 벗어나면 빈집들이 늘려있다. 인구 감소로 지자체가 사라질 운명에 처한 곳은 보조금까지 줘가며 정착을 유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대식 교수는 기술혁명은 사회를 변화시키고 사회가 변하면 경제를 운영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경제가 달라지면 정치체제가 바뀌니 민주주의는 무너진다고 했다. 나는 여기에 하나 더 보태고 싶다. 앞으로 다가올 시대는 우리가 향락과 퇴폐의 길로 빠질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정신적 성장을 하기에도 최적의 조건을 갖춘 시대가 될 것이다. 대부분의 인간들이 향락과 퇴폐의 길에 빠져있다면 민주주의는 무너지겠지만 정신적 성장을 하는 길을 택한다면 그래도 민주주의는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