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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속담에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저런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지난주 나에게는 걱정거리가 하나 있었다. 금주에 있을 어느 일정 때문이었는데 외부기관에서 대표이사 면담 요청이 들어왔고 이에 대비한 준비를 우리 부서에서 진행해야 했다. 문제는 나에게 일어났다. 관련 보고자료를 검토하던 중 주말 산행을 함께 했던 이가 코로나 확진이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덩달아 나도 선별 진료소로 가야 했고 검사 후 바로 퇴근을 해야 했다. 다행히 음성 판정은 났지만 주말을 지나 월요일 출근하는 내 마음은 숙제를 하지 못했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었다. 그런데 출근한 지 얼마 안 되어 바로 대표이사께서 찾으신다는 연락을 받았다. 기관 실무자에게 들었던 내용과 먼저 다녀온 타 보험사의 이야기를 토대로 전체적인 보고 준비는 했지만 문제는 아직 검토를 끝내지 못한 직원 보고서가 마음에 걸렸다. 대표께서는 부서의 준비사항에 대해 별말씀이 없으셨기에 잘 넘어갔나 여겼는데 점심 무렵 비서로부터 식사를 함께 하고 싶어 하신다는 연락을 받았다. 담당 임원과 보고서 작성자를 엮어서 함께 식사자리에 갔고 분위기는 좋았다. 그런데 식사를 마칠 즈음 우리 측 임원이 보고서를 좀 더 보완하겠다는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했다. 이에 대표께서는 그러라고 하시니 한 주 꼬박 보고서를 준비했던 실무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역시 우려는 현실이 되는 법이다. 자리에 돌아와 잔뜩 스트레스받아하는 실무자를 다독여 주고는 보완내용을 의논했다. 뭘 느꼈을까? 아래 직원을 통해 일을 하는 사람은 윗사람에게는 말을 좀 아끼는 게 좋다는 것이다. 그 한 마디 때문에 또 한 번 고생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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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송년회와 사은회, 낭독회를 한 번에 진행하기로 했다. 선배 회장께서 장소 섭외를 위해 내 일정을 조율하기에 퇴근길에 만나 후보 장소를 둘러보기로 했다. 남산 자락 ‘문학의 집’을 보고 다른 후보지를 보러 반포대교를 지나는데 운전하시면서 선배님이 최근 스트레스받는 일을 말씀하신다. 살고 있는 빌라 20가구 재건축을 진행하는데 한 집이 자꾸 안 해도 될 말을 만들어 전체 일정에 차질을 가져온다는 얘기였다. 불만이나 궁금한 점은 개별 문의하면 될 것을 꼭 단체 카톡방에 올려 다른 사람들까지 들쑤셔 놓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얘기였다. 그렇다고 그 사람이 앞에서 일을 진행할 것도 아니면서 자꾸 딴지만 건다는 얘기였다. 돈 받고 하는 일도 아니고 빌라 주민들 환경 개선을 위해 하는 일인데 이럴 바엔 자기를 왜 그 일을 하라고 뽑았는지 모르겠다는 푸념이었다. 잘 되면 내 탓, 안 되면 남의 탓이 대부분 일을 진행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원론에는 동의를 하지만 각론에서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만들어 일의 진행을 어렵게 하는 이들이다. 이것도 역시 말이 문제다.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게 좋을 때가 있고 분위기를 보아 말을 할 시기와 방식을 달리 선택해야 할 때가 있다. 나이 들수록 느끼지만 현명한 말하기는 참 어려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