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변치 않는 원칙이 하나 있는데 모든 것은 변한다는 ‘무상(無常)’이 그것이다. 작은 기사가 하나 떴다. ‘한국씨티은행, 소비자금융 단계적 폐지 결정’ 한 때 씨티은행은 외국계 은행의 대표 주자였다. 나도 외국여행을 갈 때 일부러 씨티은행 캐시 카드를 만들어 갔던 적이 있는데 전 세계 어딜 가나 씨티은행은 있기에 현금 인출 등을 편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 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휘청거리더니 이제는 소비자금융 폐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이 무얼까? 이제 개인들의 은행 이용방법이 휴대폰이나 자동화 기기 등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한국의 금융 전산화는 전 세계 어디보다 잘 되어 있다고 한다. 미국이 더 잘 되어 있을 것 같지만 IT강국답게 은행 이용 핀테크만은 한국이 앞서 있는 게 사실이다. 다만 금융의 기법 등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적어도 IT 인프라는 앞서가는 것 같다. 그런데 씨티은행의 소비자 금융 폐지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머지않아 다른 은행들도 그 길을 따라간다는 것을 암시한다.
70-80년대만 하더라도 증권회사의 지점에는 전광판 같은 주식 시세판이 있었다. 그 후 시세판은 PC 안에 들어가더니 지금은 개개인의 휴대폰 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이제 사람들은 증권회사 지점을 방문할 일이 없어졌다. 게다가 증권회사의 주 수입원이었던 중개 수수료는 대폭 낮아졌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증권회사 직원들이 구조조정당하는 결과를 냈다. 이제 그와 동일한 과정을 은행이 밟을 것 같다. 몸집이 가벼운 카카오 뱅크와는 달리 다른 은행들은 너무도 많은 직원들과 지점 등 고정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에 변화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시대는 달라지고 있다. 무료 문자 서비스 카카오 톡이 처음 론칭했을 때 기존의 통신강자 KT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막았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지금 카카오 뱅크가 기존 은행들과 겨루는 모습이 그러하다. 지금은 변화의 세력과 기득권을 사수하려는 세력의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는 시대의 한 복판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새로운 변화가 이기기도 하지만 때로는 기득권 세력이 이기기도 한다. 하지만 큰 물결은 한 방향으로 도도히 흘러가게 마련이다. 왜 그럴까? 기술이 변했고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이에 적응했기 때문이다. 세탁기의 발명은 여성의 사회참여를 촉진시켰다는 이야기가 있다. 전기의 발명으로 경제활동을 밤까지 연장하는 게 가능해졌고 자동차와 항공기의 발명으로 활동권역을 다른 지역, 다른 국가로 확대할 수 있었다. 전화와 인터넷의 발명으로 굳이 이동하지 않고도 무언가를 처리하게 되었고 최근 스마트 폰의 발명으로 사회의 모든 인프라가 개인의 손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과거의 선택 가운데 참 잘했다고 여기는 것이 2021년 사업 분리할 때 몸 담았던 은행을 떠나 보험으로 옮긴 것이다. 당시 고민은 보험으로 가긴 하는데 생명이냐 손해냐가 고민이었지 은행에 남겠다는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당시 생명보험을 선택했던 이유는 일단 출범 자산규모가 업계 4위가 될 만큼 컸다는 것과 내가 애정을 가졌던 업무가 설계사 영업관리였는데 그 부문이 생명보험 쪽에 남았기 때문이었다. 당시 아주 작은 채널이었던 보험설계사 조직은 한 때 3,500명까지 늘어났고 설계사 조직이 없었던 손해보험은 아웃바운드 영업채널을 대리점에 의존해야 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이 마저도 변했다. 대면 영업이 2년 가까이 제약되다 보니 설계사 조직은 대거 줄어들었고 지금은 보험설계사 조직을 회사에서 분리하여 별도 법인 설립으로 가는 현실이다. 제판 분리 즉 제조와 판매의 분리가 보험사에도 벌어지고 있다. 보험상품은 보험사가 만들지만 판매는 은행, 대리점, 통신판매 등 다양한 채널에서 아웃소싱을 하는 방식이다.
앞으로는 어떠할까? 이제 생명보험의 대면 영업채널은 계속 위축될 것 같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 보험 가입을 위해 설계사를 찾을 수도 있지만 머지않아 스마트 폰으로 보험을 가입하는 게 보편화될 것이다. 앞으로는 어디가 유망할까? 지금껏 기업의 입장에서 시장을 바라봤다면 이제는 개인의 눈으로 시장에 접근해야 할 때이다. 이는 법의 제정 방향을 보면 알 수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었다는 건 개인이 금융회사에 대항할 수 있도록 국가가 법으로 보호하겠다는 의미이다. 최근에는 영업을 하던 대리점들이 고객들의 민원제기를 도와주는 민원 대행업으로 이동하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지만 그들의 입장에선 시장의 변화를 느끼고 살아남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 같다.
내가 몸 담았던 영역에서 벌어지는 이 모든 변화들을 보면서 다시 한번 깨닫는 것은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하고야 만다는 무상(無常)의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