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번 잘해도 한 번 잘못하면 그동안 쌓아 온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이 세상일이다. 인기와 명예, 공들여 쌓아 온 부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그렇다. 그리고 세상의 인심은 누군가가 잘 되길 바라고 기대하기보다는 넘어지고 깨어지는 것에 희열과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면이 있다. 바로 그럴 때 나를 다시 일어나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연예인들 중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질 즈음 자살이라는 형태로 마지막 소식을 전하는 이도 있다. 그런가 하면 저 사람 이제 끝났네 싶은데도 재기에 성공해 다시 대중 앞에 나타나는 경우도 본다. 그럴 때 나는 궁금해진다. 대체 무엇이 저런 차이를 만드는가? 비록 우리가 태어난 것이 우리의 의지는 아니었지만 세상에 생겨난 이상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는 우리의 선택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경험을 토대로 로고 테라피라는 정신의학 분야를 연 이가 빅터 프랭클 박사이다. 그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가 아니라 삶이 우리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라는 사실이다.’
미래를 꿈꿀 수 없는 끔찍한 수용소 생활에서 어떤 이는 전기 철조망에 스스로 몸을 던지기도 하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아무리 두들겨 패도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무너져 내려 결국 총살당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이럴 때 내가 뭘 그리 잘못했기에 하늘은 이런 시련을 주느냐며 원망을 쏟아내거나 신세를 한탄하는 것은 정말이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다시 프랭클 박사의 말이다.
‘그러니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 던지는 것을 중단하고, 대신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해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말이나 명상이 아니라 올바른 행동과 올바른 태도에서 찾아야 한다. 인생이란 궁극적으로 이런 질문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찾고, 개개인 앞에 놓인 과제를 수행해 나가기 위한 책임을 떠맡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지금 내가 가진 모든 것이 사라졌을 때 이를테면 직장에서 쫓겨나고, 가진 재산이 사라지고 심지어 나의 가족이나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서 등을 돌렸을 때도 나를 나로서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만약 그 무언가를 내가 가지고 있다면 나는 그 상황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저 연예인은 이제 끝났다고 여겼는데 다시 재기하는 사람과 그 길로 영원히 사라지거나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의 차이는 보이지 않는 그 차이인 것 같다.
BTS의 한 멤버가 했던 이야기다. ‘우리들이 ‘가요 Top 10’에서 1등을 했을 때 우리는 가수로서 최고를 찍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후 미국에 진출하게 되었고 점점 세계적인 인기를 얻어 가게 되자 이제는 그 상황이 너무도 두려워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이건 우리 자리가 아니니 그만 그룹을 해체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럴 때 우리를 잡아 준 것은 이것이었다. ‘이 인기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더라도 훗날 우리를 보고 싶어 하는 단 한 사람의 펜을 위하여 우리는 노래와 춤으로 그 무대에 설 수 있는가? 만약 그럴 수만 있다면 우리는 지금의 이 상황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우리는 단 한 사람의 펜을 위해 노래하고 춤을 출 수 있느냐고. 그리고 그 물음에 모두가 ‘예스’라는 답이 나왔을 때 비로소 그 두려움은 극복되었다.’
내가 지닌 모든 것이 사라졌을 때도 나를 나로서 있게 하는 힘. 그것은 내가 처한 어떤 상황에서 선택하는 올바른 행동과 태도이며 삶에 대한 책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가을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