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 O.K ! 수고했어!

by 장용범

긴박했던 하루였다. 외부에 나가 계신 대표이사에게 오후까지는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정작 지금껏 작성해 왔던 직원이 더는 못하겠다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다른 이가 넘겨받아 처음부터 다시 작업을 해야 했는데 다행히도 두 번의 수정 작업 끝에 오케이 싸인이 떨어졌다. 정말이지 내년에 은퇴하면 더는 이런 꼴을 안 봐도 되겠다 싶었던 하루였다. 직장생활은 일보다 사람이 힘들다고 하지만 어제는 한 직원의 돌발행동으로 그것을 실감했던 하루였다.


사람마다 역량들이 다르다. 게다가 성장한 배경도 다르다 보니 사안에 대한 태도도 제각각이다. 어쩌면 가장 마음 편한 일이 내 팔 내가 흔드는 혼자서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능력과 태도는 사회생활을 하는 두 가지 핵심 요소이다. 능력도 뛰어나고 태도도 훌륭한 사람들이 최고의 인재지만 이런 사람들은 흔하지가 않다. 같이 일하는 사람이 만일 그런 사람이라면 굉장히 운 좋은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은 능력은 뛰어난데 태도가 마음에 안 들거나, 태도는 훌륭한데 능력이 부족한 이가 많고 정말 최악으로 능력도 없으면서 태도도 불량한 경우도 왕왕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다양한 인간 군상들과 일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리더의 역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이끌고 주어진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데 있다. 그런데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보다 태도가 문제인 사람과 일하기가 더 어려웠다. 게다가 부서의 직원들을 구성하는 일은 부서장 고유의 권한이긴 하지만 이것도 시장원리가 작용하고 있어 능력 좋고 태도도 훌륭한 직원들은 늘 부족하기 마련이다. 결국 내게 주어진 직원들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부족한 점은 내가 메우면서 가는 수밖에 없다.


어제의 상황을 다시 돌아본다. 나는 그 직원이 충분히 그 일을 할 수 있으리라 보고 맡겼었다. 만일 그 일이 자신의 능력 밖의 일이라고 좀 더 일찍 얘기를 해줬더라면 나는 다른 대안을 찾았을 것이다. 정 안되면 내가 붙잡고라도 그 일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의 자존심 때문인지 마지막까지 쥐고 있다가 막판에 틀어버리니 그 사달이 난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직원의 능력을 제대로 파악 못한 내 잘못도 있다. 어쩌면 그는 늦은 나이에 이 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지도 모른다.


부서원 하나하나를 떠 올려 본다. 정말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능력과 태도가 훌륭한 직원, 능력은 뛰어나지만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능력은 다소 부족하지만 태도가 훌륭한 직원들도 보인다. 다행히 능력은 없으면서 태도마저 불량한 직원들은 없는 것 같다. 결국 어제의 일도 차마 할 수 없다고 말은 못 하겠고 혼자 끙끙 앓았을 이는 당사자였을 것이다. 비록 마음고생은 있었지만 대표이사의 ‘오케이, 수고했어!’라는 문자에 피로가 확 풀리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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