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했던 하루였다. 외부에 나가 계신 대표이사에게 오후까지는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정작 지금껏 작성해 왔던 직원이 더는 못하겠다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다른 이가 넘겨받아 처음부터 다시 작업을 해야 했는데 다행히도 두 번의 수정 작업 끝에 오케이 싸인이 떨어졌다. 정말이지 내년에 은퇴하면 더는 이런 꼴을 안 봐도 되겠다 싶었던 하루였다. 직장생활은 일보다 사람이 힘들다고 하지만 어제는 한 직원의 돌발행동으로 그것을 실감했던 하루였다.
사람마다 역량들이 다르다. 게다가 성장한 배경도 다르다 보니 사안에 대한 태도도 제각각이다. 어쩌면 가장 마음 편한 일이 내 팔 내가 흔드는 혼자서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능력과 태도는 사회생활을 하는 두 가지 핵심 요소이다. 능력도 뛰어나고 태도도 훌륭한 사람들이 최고의 인재지만 이런 사람들은 흔하지가 않다. 같이 일하는 사람이 만일 그런 사람이라면 굉장히 운 좋은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은 능력은 뛰어난데 태도가 마음에 안 들거나, 태도는 훌륭한데 능력이 부족한 이가 많고 정말 최악으로 능력도 없으면서 태도도 불량한 경우도 왕왕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다양한 인간 군상들과 일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리더의 역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이끌고 주어진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데 있다. 그런데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보다 태도가 문제인 사람과 일하기가 더 어려웠다. 게다가 부서의 직원들을 구성하는 일은 부서장 고유의 권한이긴 하지만 이것도 시장원리가 작용하고 있어 능력 좋고 태도도 훌륭한 직원들은 늘 부족하기 마련이다. 결국 내게 주어진 직원들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부족한 점은 내가 메우면서 가는 수밖에 없다.
어제의 상황을 다시 돌아본다. 나는 그 직원이 충분히 그 일을 할 수 있으리라 보고 맡겼었다. 만일 그 일이 자신의 능력 밖의 일이라고 좀 더 일찍 얘기를 해줬더라면 나는 다른 대안을 찾았을 것이다. 정 안되면 내가 붙잡고라도 그 일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의 자존심 때문인지 마지막까지 쥐고 있다가 막판에 틀어버리니 그 사달이 난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직원의 능력을 제대로 파악 못한 내 잘못도 있다. 어쩌면 그는 늦은 나이에 이 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지도 모른다.
부서원 하나하나를 떠 올려 본다. 정말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능력과 태도가 훌륭한 직원, 능력은 뛰어나지만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능력은 다소 부족하지만 태도가 훌륭한 직원들도 보인다. 다행히 능력은 없으면서 태도마저 불량한 직원들은 없는 것 같다. 결국 어제의 일도 차마 할 수 없다고 말은 못 하겠고 혼자 끙끙 앓았을 이는 당사자였을 것이다. 비록 마음고생은 있었지만 대표이사의 ‘오케이, 수고했어!’라는 문자에 피로가 확 풀리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