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 빅 데이터로 본 사회변화

by 장용범

‘개 좋아하세요?’라는 말을 90년 대에 들었다면 나는 보신탕을 떠 올리고는 안 먹는다로 답할 것이다. 하지만 요즘 나에게 ‘개 좋아하세요?’라고 물으면 당연히 귀여운 반려견을 떠 올리며 집에서 키우지는 않는다고 답할 것이다. 시대가 달라지면 나의 대답도 달라진다. 지난 2년 간의 팬데믹은 사회에 많은 변화를 주었지만 나 역시 적지 않은 변화를 겪었다. 직원들이 한 공간에서 일하는 걸 당연하다 여겼는데 일정 비율 재택근무가 도입되면서 전체 인원을 한눈에 본 적이 없다. 퇴근하면 직원들과 어울려 술집으로 가 한 잔 걸치며 단합을 이루었는데 그 자체가 제한되다 보니 이른 귀가를 해야 했고 집에서 가족들과 저녁 자리를 하는 빈도가 높아졌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사이가 좋은 가족은 저녁이 풍성하고 화기애애 하지만 그러지 못한 가족은 불편하고 짜증만 늘어난다는 말도 들었다. 빅 데이터 분석가 송길영 님의 ‘그냥 하지 말라’는 책을 읽다가 나는 지금 중요한 전환기에 서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어떤 위기가 발생하면 모두가 균등하게 불이익을 당하는 게 아니라 전환기에 있는 이들이 더 큰 위기에 봉착한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코로나 팬데믹이 초래한 사회적 변혁기에 은퇴라는 내 인생의 중요한 전환기가 겹쳐졌다는 느낌이다. 저자는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세 가지 큰 변화의 상수를 들었다.


- 당신은 혼자 삽니다.

- 당신은 오래 삽니다.

- 당신 없이도 사람들은 잘 삽니다.


* 당신은 혼자 삽니다.

드러난 사실만으로는 이보다 삭막한 삶이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 사회가 이런 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지금 내 부서의 직원들을 보면 혼자 살고 있는 경우가 6명이다. 이유는 다양하다. 아직 미혼인 경우가 있고 지방에서 올라온 주말 부부도 있지만 아무튼 그들은 혼자서 생활한다. 혼자 사는 것이 젊은 시절에 한정된 것도 아니다. 배우자의 사별이나 이혼으로 혼자 사는 경우도 늘어난다. 이것이 피할 수 없는 시대적 변화라면 적응해야 한다.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말이다. 혼자서 밥 챙겨 먹고, 운동도 하고,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혼자 살게 마련이다.


* 당신은 오래 삽니다.

한국은 우울한 1등을 점하고 있는데 OECD 국가 중 노인 자살률이 그렇다. 혼자 살고 오래 사는 노인에게 가장 두려운 게 무엇일까. 외로움이다. 1960년 남자들의 기대수명은 52세였다. 만일 지금의 기대수명이 52세라면 노후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청년 취업부터 각종 예산의 절감까지 많은 사회 문제들이 일거에 해결될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의 남자 기대수명은 80세이다. 우리는 병들고 가난한 상태로 오래 사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런 변화에 대해서 개인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젊었을 때부터 연금을 준비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하기에 필수이다. 다행히 건강보험은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함이 이번 코로나로 입증되었다. 또한 가족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 뇌출혈이 걸려 큰 위기를 넘겼던 한 선배는 아내에게 잘하라는 말을 자주 하신다. 그리고 자녀에게 들이는 과도한 기대나 교육투자는 부모 자식 사이가 틀어지는 원인임을 알아야 한다. 인간은 무언가를 해줬다는 생각이 들면 돌아올 것을 기대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시대는 자녀 세대가 부모에게 돌려줄 수 없는 구조로 흘러간다. 그러니 자녀가 20살이 넘으면 내 자식이지만 남의 집 자식 대하듯 하는 게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 당신 없이도 사람들은 잘 삽니다.

언젠가 카페에 들어갔는데 직원이 없는 무인 카페였다.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 무인 편의점, 주문 키오스크 등 우리 주변에 무인점포들이 늘어난다. 3년 전쯤 회사의 인공지능 챗봇 도입 설명회에 참석할 일이 있었다. 나는 부정적이었다. 콜센터에 전화 한 통이면 되는데 그걸 일일이 문자로 넣겠냐는 입장에서 도입 반대 의견을 냈다. 그것도 사전 예상 질문을 선정해 각 부서에서 답을 입력해야 하는 것으로 이게 무슨 인공지능이냐고도 했다. 그런데 지금 챗봇은 활성화되고 있다. 사람들이 전화보다 문자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RPA도 그렇다. IT부서에서 우리 쪽 업무 중 반복적인 화면 조회나 보고서 작성을 자동화시킨다고 했을 때 그런가 보다 했다. 한 동안 실무 담당자가 요건 정의를 한다고 왔다 갔다 하더니 개발이 완료되었다며 시연회에 참석하라기에 갔다. 그런데 눈앞에서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조작자가 시작 버튼을 누르자 구석에 있던 마우스 커서가 각종 폴더를 이리저리 찾아다니며 파일을 열고 다른 화면에서 자료를 가져오고 그것을 산식에 넣어 표로 만들어 내는 작업을 컴퓨터 혼자 수행하고 있었다. 한 직원이 거의 반나절에 걸쳐할 일을 거의 5분 이내 마치는 걸 보고는 입이 벌어졌다. 시대가 이렇게 흘러간다. 개인들은 이 변화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 그런 인공지능 개발 업무를 할 수도 없는 대부분의 개인들에게 이 변화는 기존 일자리의 큰 위협이 된다. 이런 제안을 해본다. 자동화할 수 없는 일을 하거나 방향을 정해 계속 축적하라. 자동화할 수 없는 일이 만일 육체적인 일이라면 가능하면 관공서와 연관된 일을 하는 게 유리하다. 안 그러면 값싼 외국인 노동자에 밀리기 때문이다. 축적에 대해서는 몇 차례 언급했지만 특별할 게 없는 개인들이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같다. 창조적인 일 같으면 축적이 더욱 강조된다. 이제 평생 갈 일자리를 찾기 위해 취준생 등 초입부터 진을 빼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기업의 공채가 없어지고 있어서다. 예전에 상고 졸업하면 가능했던 은행 창구 일은 대졸은 기본이고 심지어 유학까지 다녀온 이가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시대는 변화의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위안을 삼을만한 것이 있다. 인간의 삶은 대동소이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의식주의 기본 생활을 유지해야 하고 외로움을 싫어하며 인정받기를 원한다. 다만 그 형태가 시대에 따라 달라졌을 뿐이다. 우리의 기회는 환경의 변화 속에 변치 않는 인간의 본성을 통찰할 수 있을 때 발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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