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9. 경고! 조심하라

by 장용범

주말을 낀 3일 동안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지난 건강검진 결과 뇌동맥 쪽에 이상 소견이 있어 신경외과 추가 검진을 요한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지방간, 콜레스테롤 수치 등 다른 곳도 그리 좋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추가 검진을 요한다는 통보를 받은 경우는 없었다. 더구나 그 부위가 뇌동맥이라니 우려가 되었다. 구체적으로 뇌 동맥류의 가능성을 본 것이다. 뇌 동맥류는 혈관이 꽈리처럼 꼬여 계속 혈류의 압력을 받게 되면 터질 가능성도 있는 증상이었다. 큰 병원에 즉시 예약을 했고 전문의 상담이 어제 잡혔다. 결과적으로 혈관의 위치나 상태가 별 이상 없다는 소견이 나와 다행이었지만 그 시간까지는 다소 긴장되던 시간이었다.


병원에 가면 삶을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어제도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내 앞으로 몇몇 중증 환자들이 지나갔다. 인상적인 장면은 허리가 거의 90도 정도 꺾인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딸 같이 보이는 여성의 부축을 받으며 한 발 한 발 어렵게 걸음을 내딛는 모습이었다. 병원에 가는 버스 안에서는 역시 한 노인이 걸음을 제대로 딛지 못해 천천히 승객의 부축을 받아 내리는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주변 노인들이 힘겨운 몸을 이끌고 삶을 이어가는 모습은 보는 이를 불편하게 한다. 저런 몸에 보호자도 없이 버스를 타야 했던 저 노인의 현실은 또 무엇인지 다양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어쩌면 그런 당사자도 자신의 그런 모습이 구차해 ‘늙으면 죽어야지’를 되뇔지도 모른다. 생로병사는 인간의 생을 시간 순서대로 설명한 압축적인 묘사이다. 세상에 태어난 모든 인간들은 살면서 늙어 가고, 늙게 되면 병들어 죽는다.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것은 살아 있는 자의 영원한 화두이다.


‘이상 없음’이라는 결론을 얻기까지 다양한 생각들이 있었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해도 그간 몰랐던 내 몸의 상태를 알게 되었으니 그것도 다행이다. 설령 수술을 하더라도 나머지는 의사에게 맡길 수밖에 없으니 내가 걱정할 바는 아니다’는 생각과 ‘이제 은퇴해서 하고 싶은 것 맘껏 할 참이었는데 정말 한 치 앞을 못 보는 게 인간이구나’는 생각도 있었다. 또 나의 죽음도 떠 올려 보았다. 지금 죽어도 가장으로서 할 일은 어느 정도 했다는 마음이었는데 아이들은 20대의 성인으로 자랐으니 이제 스스로의 삶을 살아야 할 것이고, 아내의 남은 생도 연금 등을 생각하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은 없어 보였다. 다만 부모님보다 먼저 가는 것은 죄송한 일이지만 그마저도 인명재천이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작은 해프닝으로 끝난 일이지만 몇 가지 느낀 바가 있다. 첫째, 이 몸은 내 것이 아니다. 아프고 싶지 않지만 아프기도 하고, 죽고 싶지 않지만 죽기도 한다. 내 것이라면 내 마음대로 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게 내 몸이다. 둘째, 지금의 행복감을 미루지 말자.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인생이다. 진화 심리학자 서은국 교수는 ‘행복도 생존에 필요한 도구일 뿐,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행복은 강도(強度)가 아니라 빈도(頻度)다’, ’ 행복감은 인생의 궁극적 목적이 아니라 생존의 수단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지금 여기에 살아라’는 삶의 기본태도로 삼을만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연한 말이지만 건강을 잃으면 하고 싶은 것을 못한다. 이제 은퇴 후 좋은 시간들이 다가오는데 좀 억울하지 않을까. 그러니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도록 하자. 좀 더 함께해야 할 몸에다 적당한 운동도 시켜주고 이왕이면 내가 먹고 싶은 음식보다 몸이 먹어야 할 음식을 먹는 자제력도 발휘해야겠다. 이번 일은 하늘이 나에게 더 큰 일을 당하기 전에 조심하라는 경고를 준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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